국립국어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잇소리 현상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 합성 명사에서, 앞말의 끝소리가 울림소리이고 뒷말의 첫소리가 안울림 예사소리이면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 또는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데 뒷말이 ‘ㅁ, ㄴ’으로 시작되면 앞말의 끝소리에 ‘ㄴ’ 소리가 하나 덧나고, 모음 ‘ㅣ’나 반모음 ‘ㅣ’로 시작되면 앞말의 끝소리와 뒷말의 첫소리에 ‘ㄴ’이 둘 덧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 ‘냇가’, ‘산골’, ‘훗날’, ‘예삿일’ 따위를 발음할 때 일어난다.
위의 설명은 사잇소리 현상을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과 'ㄴ'이 첨가되는 현상으로 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촛불, 등굣길, 초점' 등과 같은 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할 때는 국립국어원과 학교문법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ㄴ'이 첨가되는 현상은 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현상은 사잇소리 현상이라고 봅니다.
'빗물, 뒷일'의 경우 앞뒤 말 사이에 'ㄴ'이 첨가됩니다. 이 역시 국립국어원과 학교문법에 차이가 없습니다. 어느쪽이나 다 사잇소리 현상으로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차이가 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현상에서입니다.
솜이불, 한여름
여기서는 [솜니불], [한녀름]으로 발음이 됩니다.
'ㄴ'이 첨가되지요. 이 부분에 대해 국립국어원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법적 판단은 문법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면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표준 국어 대사전의 사잇소리 현상의 정의에 따르면 '솜이불'에서 일어나는 음운 현상을 사잇소리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다만 합성어 내의 'ㄴ' 첨가는 전형적인 사잇소리 현상은 아니나 넓은 개념 또는 견해에 따라 사잇소리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견해 차이가 있거나 그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면 참고하시는 교과서, 서적, 논문 등의 견해에 따라 해석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즉 'ㄴ'이 첨가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는 이것을 사잇소리 현상으로 보고 있지 않고 단순히 'ㄴ' 첨가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에서도 밝혔던 바와 같이 사잇소리 현상으로 'ㄴ'이 첨가되는 것은
앞말이 일단 모음으로 끝나야 하고, 뒷말이 'ㄴ, ㅁ'으로 시작하거나 모음 'ㅣ'나 반모음 'ㅣ'(ㅑ, ㅕ, ㅛ, ㅠ 등)로 시작해야 합니다.
이 조건으로 볼 때 '솜이불'과 '한여름'은 앞말인 '솜'이나 '한'이 모음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잇소리 현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립국어원의 답변에서도 보다시피 문법적 견해에 따라 'ㄴ' 첨가 현상을 사잇소리 현상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겨 놓았습니다.
현재 학교문법 교과서에서는 거의 대부분 사잇소리 현상과 'ㄴ' 첨가 현상을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 문법 교과서는 이 둘을 모두 사잇소리 현상으로 파악하고 설명한 책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학교문법 교과서 중에도 이 둘을 모두 사잇소리 현상으로 파악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다 조사를 해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확인은 불가합니다. 제가 본 몇몇 교과서는 모두 사잇소리 현상과 'ㄴ' 첨가 현상을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것이 꼭 맞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국가에서 펴 낸 사전과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가르치고 있는 문법 지식이 결국 우리 국민 대다수의 기본적인 문법 지식이라면,
사잇소리 현상과 'ㄴ' 첨가 현상은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정설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