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달기전에 먼저 한가지 묻고 싶네요.
왜 굳이 미국대학을 가려고 하죠?
솔직히 아이비리그 대학들 입학할 수준이 된다면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한국에선 SKY에 입학할 수 있을 정도는 될텐데요.
만약 대학 졸업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미국대학을 진학할 필요까지 있을까요?
미국에 남아서 해외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대학을 나오는 것이 좀 더 유리하긴 할테지만요.
아무튼,
답글 달아 볼게요.
(아빠같은 마음으로 최대한 도움 드리려는 글이니까 답글이 길어도 끝까지 읽어 보시길 바래요. 많이 길어요. 참고로, 답글 다는이는 미국에 살고 있어요~)
우선,
아이비급 또는 미국 상위권 대학이라 하면 8개의 아이비 대학들 포함해서 통상 TOP 20~25정도를 의미해요. (이런 대학들은 붙고 떨어지는 것을 정말 알 수 없을 만큼 입학이 쉽지 않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대학들이라 졸업후 학교 네임밸류 때문에 손해보는 일이 없는 최상급 학교들이예요)
* 아이비리그 -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유펜, 컬럼비아, 브라운, 다트머스, 코넬
* 아이비리그급 + 미국 최상위권 대학들 - 스탠포드, MIT, 칼텍, 시카고, 듀크, 노스웨스턴, 밴터빌트, 와슈, 라이스, 존스 홉킨스, 노터데임, 에모리, 조지타운, 카네기멜론, UC버클리, USC, UCLA
이 외에도 터프츠, UVA, 보스턴칼리지, UNC, U-미시건, NYU, 웨이크포레스트, 로체스터, 브랜다이스, 케이스웨스턴 등의 학교들도 입학하기 쉽지 않은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요.
보통 이런 학교들은 질문자님이 아시는 것 처럼 고교내신성적 + SAT or ACT(한국수능같은) + 비교과활동 + 에세이(자기소개서)를 중요하게 보죠.
그럼, 대학입학사정관 입장에선 각 항목별로 어떤 것을 평가하게 되는지 한 번 살펴 볼까요?
* 고교내신과 SAT(or ACT) = 이 학생이 우리 대학 들어와서 제대로 수업을 소화하고 제때 졸업할 수 있는지 보는 지표
* 비교과활동 = 이 학생이 살아오면서 어떤 것에 얼마나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 왔는지, 또 그 관심사에 대해 얼마나 성실히 관련 활동에 임했는지 가늠하는 지표(학생의 적성과 관심사, 그리고 얼마나 활동적이고 적극적인지 보는 지표)
* 에세이 = 이 학생의 인생과 자기 자신의 철학을 얼마나 글로 잘 표현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글은 곧 생각이고,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논리가 강하다는 뜻이므로. 미국교육은 자기의 생각을 말과 글로 논리적으로 쓰고 말하는 것을 아주아주 중요하게 생각함. 그래서 초등~대학까지 작문이나 토론수업이 많음.)
미국의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학문제 하나 더 풀고 암기 몇개 더 잘하는, 소위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을 선발하지 않아요. 공부 하나만 잘하는 그런 학생은 오히려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공부도 잘 해야 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뚜렷한 재능과 소신이 어떤것이 있는지, 그리고 자라 오면서 그런 것들을 얼마나 잘 표출시켜왔고 그것을 에세이(자기소개서)를 통해서 대학측에 글로 얼마나 잘 풀어 내는지를 더 중요하게 봐요.
그렇다고 고교내신이나 수능(SAT / ACT)점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니예요.
상위권 또는 최상위권 대학의 높은 수준의 대학공부를 소화하려면 그 공부를 감당할 만한 머리는 기본적으로 있어줘야 하는 건 당연한거고 그런 학업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평가가 고교내신과 SAT/ACT 결과물이거든요. (즉, 성적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되는 건 맞지만, 모든 과목들에서 100점 만점 받을 필요는 없음. 100점 만점에 90점 또는 95점 정도의 일정 이상만 되어주면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하버드든 스탠포드든 미국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공부로는 따라집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종종 내신 만점과 SAT만점 받아도 상위권 대학에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는 이유죠. 이게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이예요. 내신과 수능이 극상위여야만 SKY 갈 수 있는 한국의 입시제도와는 크게 다른 점이죠)
미국대학, 특히 상위권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공부는 기본으로 어느 일정점수를 취득하되, 향 후 이 학생이 대학 졸업후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잘 감당하고 수행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이 있는가에 대한 검증이 내신과 SAT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생의 비교과 활동과 에세이(자기소개서)를 상당한 비중으로 검토하는 겁니다.
그런데, 학생의 그런 자질을 검토할 때 많은 학생들이 착각하는 것이 꼭 "무슨 대단한 리더쉽 활동"이나 "국내/국제적으로 내노라 하는 대회입상"같은 것들일거가 생각하는데, 그런 스펙일 필요까진 없어요.
물론 자기의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그런 상들을 타면 큰 보탬이 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작은 교내 활동 같은 것에서도 자기만의 생각과 철학, 리더쉽 등을 충실히 보여줄 수 있으면, 즉 자기만의 색깔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활동들이 연결성 있게 꾸준히 이어져 왔다면 그것으로도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충분한 스펙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좀 더 쉽게 예를 들어 볼까요?
미국 텍사스주 시골마을에 사는 한 소녀가 있어요.
그 소녀의 아버지는 동네에서 자그마한 카센터를 운영하며 차를 고치는 분이예요.
이 소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오래되고 낡은 카센터를 놀이터 삼아 자동차 부품이나 기계들을 장난감처럼 만지고 놀며 자라 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동차 라는 걸 알아가게 되었고, 초등학생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쯤 되었을 땐 간단한 차량고장 정도는 소녀 스스로 왠만히 고치는 수준까지도 될 수 있었죠. 때론 옆집 아저씨의 오래된 고물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잔고장 정도쯤은 어렵지 않게 고쳐줄 수도 있었고, 때론 아버지를 도우면서 짭짤한 팁을 용돈으로 벌기도 했죠. 물론 학교에선 성실한 학생이었고 운동부 야구클럽에서도 활동하며 성격도 밝고 전교석차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반에서 다섯손가락 안에는 들 정도로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꽤 성실하죠?
그렇게 아빠의 가게를 놀이터 삼아 자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 차량 구조에 대한 매카니즘같은 것들도 알아가게 되고, 관심도 많이 생겨 났어요. 어떤때는 아버지에게 졸라서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서 열리는 자동차 박람회도 다녀 오기도 하고, 학교에서 기계 동호회 같은 것도 주도적으로 만들어서 친구들과 이것저것 유용한 기계도 만들어 본 것을 교장선생님 허락을 받아 교내 발표회 같은 것도 열어 보고, 더 나아가서는 유튜브나 인터넷에 올려진 정보들을 참고해서 리모트 컨트롤로 움직일 수 있는 재밌는 로봇 같은 것도 제작해서 그 주에서 개최하는 로봇경진대회에 나가서 비록 최우수상은 못탔지만 입상도 해 보곤 했죠.
한번은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계신 이웃집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가 타고 계신 구닥다리 휠체어를 소녀의 경험과 손재주로 전동휠체어로 개조해 드린 적도 있었죠.
그렇게 소녀는 기계를 만지고, 구조도 연구해 보고, 기계의 메카니즘도 여러가지로 연구해 보는 일들이 즐거웠죠.
소녀는 이런 것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었고, 나중에는 공학자나 엔지니어가 되어서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더 편리한 메카니즘을 가진 기계들을 만들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세상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꾸게 돼죠.
고3 되던 해 치른 미국수능 SAT에서 비록 만점을 받진 못했어도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만한 우수한 성적을 가질 수 있었고, 대학지원할 때 소녀는 비교과 활동 기입란에 그간의 활동들을 상세히 기술, 자기 소개서인 에세이에는 그런 활동들을 해오며 느낀점들과 이를 통해 앞으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진솔하게 작성해서 자기의 희망대학에 서류를 제출하게 되죠.
결국 그 소녀는 미국 최고의 공대라는 MIT에 합격했고, 미래의 공학자가 되기 위해 지금도 즐겁게 공부하는 중이랍니다.
자, 느껴 지시나요?
위의 예는 간단한 예시이긴 하지만, 미국대학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저렇게 지원자의 색깔이 뚜렷하고 무언가 소신과 관심사가 명확한 학생을 정말 선호합니다.
단순히 '상위권 대학 혹은 최상위권 대학입학' 이라는 것을 목표로 두고 '뭐가 최고지?' '어떤 활동들을 해야 아이비를 갈 수 있지?"를 찾아 헤매며 이것저것 '파편적이고 연결성이 단절된 활동'을 하려는 학생과 위 소녀가 해 온 '관심사에 대한 일관성과 연결성 있는 활동'들을 상상해 본다면 그에 차이점을 그려볼 수 있으신가요?
물론 국제적으로 유명한 활동, 규모가 큰 대회에서의 수상경력도 좋은대학 입학을 위해서 좋은 무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유명하고 큰 대회나 유명한 활동분야가 아니라 할지라도 껍질뿐인 활동들은 쌓는 것 보다는 자기 관심사에서 내실있는 활동경력을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며, 수십년간 대학입학사정을 해 온 입학사정관 입장에선 단지 스펙 쌓기위한 활동들인지, 아니면 자기주도형으로 자기 관심사에서 성실히 활동해 온 것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죠.
자기 주도형 삶은 무척이나 중요해요.
자기가 스스로 인생을 끌어 나가는 능동형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간판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린 그런 수동형 인간은 대학졸업 후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청사진이 보여지기엔 뭔가 많이 부족해 보이겠죠?
미국대학, 특히 상위권 대학은 자기주도형 삶을 살아가는 인재를 원해요.
그런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입학사정관들은 일일이 지원자의 비교과활동들을 들여다 보는 것이고, 그런 활동들을 통해서 어떤 유의미한 것들을 느끼고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그 일들을 대해 왔나를 확인하기 위해 지원자의 에세이를 들여다 보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 언급된 텍사스 시골소녀.
어떤가요?
그 학생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 나갈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지, 그리고 그 소녀가 에세이에 어떤 글을 썼을지에 대해선 충분히 상상이 가지 않나요?
미국에 사는 아시안 가정, 특히 중국계나 한국계 학생들이 미국대학입시에서 많이 범하는 실수중에 하나가 그런 "자기만의 색깔"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좋은대학 가기 위한 스펙 만들기'에 매몰 되어서 '어느 과학그룹에서 활동하면 회장자리 준다더라', '어느 봉사단체에서 방학동안 일하면 대외적으로 꽤 알아 준다더라' 라는 보여주기식 스펙은 누구나가 다 하는 전형적인 '아시안 학생'이 될 뿐이예요. 그런 스펙쌓기식 짜맞추기 활동들은 대학입학사정에 관해서는 선수들인 입학사정관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활동들이고, 입학사정관들의 발 밑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가장 많은 유형의 지원서들이기도 해요.
글이 길었지만,
자기 자신이 어떤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스로 잘 살펴 보세요.
무작정 '아이비리그가 목표야'라고 한다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도구가 되어야 하는 대학'을 '인생 최종목표'로 잘못 설정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는 거예요.
학생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자신이 꿈꾸는 삶에 대해 어떤 일들을 해 보고 싶으신가요.
그 '관심가는 일'들에 대한 활동들을 지금부터라도 충실해 메워 나가시면 굳이 '방과후 오케스트라'나 '봉사 사이트? 에 지원해서 봉사하는 것' 같은 막연한 스펙쌓기에 대한 질문들은 하지 않으셔도 될거라고 봐요.
정말 음악을 좋아하면 음악으로 활동을 쌓아 나가도 돼요.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면 돼요.
정말 봉사가 좋다면 봉사를 통해서 활동들을 만들어도 돼요. 대신 그것을 유의미한 결과로 연결시킬수 있으면 돼요.
무엇이든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활동들을 주도적으로, 능동적으로 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결과물들이 쌓여가며 빛을 발할테고, 그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굳이 아이비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그런 자신의 꿈을 충실히 쫓을 수 있다면 훗날 아이비보다 더 큰 것을 얻을수도 있을 거예요.
당연한 거겠죠?
중학생 입장에서 이 답글을 읽고 마음으로 느끼기엔 조금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르겠네요.
중학교 졸업하고 난 후라도, 고등학생때든 혹은 대학 입학한 후에라도 여러번 곱씹어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글을 남기고 싶었어요.
도움 되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