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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 3가지 키워드로 세계의 속살을 파헤친 역작

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24-05-23 23:04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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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ummary

인류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예를 들면, 팬데믹, 신냉전, 일상화된 테러와 난민 사태, 선진국의 저성장과 신흥국의 부상, 양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전환 등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저성장, 안보 위협, 고령화라는 3중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그 이면에는 ‘인구’라는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군사 전략과 경제 성장, 외교 정책, 보건 의료와 같은 현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인구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정치, 경제, 사회의 기반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구의 크기, 구조, 구성의 변화가 어떻게 세계의 폭력과 평화, 억압과 민주주의, 빈곤과 번영의 향방을 결정하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인구 역학이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꾸고, 인구의 변화는 3가지 힘(출산과 죽음, 이주)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 3가지 요소들이 상이한 방식으로 연결될 때 전체 인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국가, 사회, 공동체를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의 고령화가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을 출산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다. 그리고 또 중국을 넘어 세계 1위가 된 인도의 미래와 향후 세계 인구 증가를 이끌 아프리카 국가들의 불안한 미래를 살펴보면서 특히 인구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아울러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는 유럽 국가의 속사정을 알아보고 세계 최초로 10억 명 인구를 돌파한 중국은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 대열에 합류하면서 벌어질 일들을 전망한다. 저자는 인구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은 아니지만 세계를 숙명에 빠뜨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구통계학적 사유를 할 수 있다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왜 지금 인구학인가

인간은 다른 종과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다. 우리 인간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연을 정복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다. 1750년에 지구상에 있었던 사람의 수는 그때까지 태어난 사람을 모두 합한 수의 1퍼센트에도 못 미쳤지만, 오늘날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이는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후 지금까지 태어난 1,080억 명의 약 7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20세기의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라고 말할 수 있다.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후 인구가 최초로 10억 명에 도달한 시기는 대략 1804년이고, 19세기에도 인구 증가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불과 100년 만에 세계 인구는 16억 명에서 61억 명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20세기의 인구 증가가 기하급수적이었다면, 21세기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차별적 인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오늘날 지구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고령화된 사회가 됐다. 또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 간 기대수명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인구 추세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오늘날 세계를 압박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다시 말하면, 인구 추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폭력과 평화, 압제와 민주주의, 그리고 빈곤과 번영의 역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를 보다 잘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발과 물리적 충돌을 이해하려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보다는, 그들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인구의 증감이 어디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지-한 국가 차원이든, 여러 국가들 내에서든-그리고 그러한 인구 변동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오늘날 전 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이집트의 차이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인구 추세의 다양성은 과거보다 따져봐야 할 것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지역에서의 인구 압박은 빈약한 행정력, 내전, 환경 파괴로 이미 끓고 있는 역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폭발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는데, 그런 곳에서는 앞날의 평화를 기원하는 것밖에는 기댈 것이 없다. 만일 역내 사정이 나빠져 파국적 상황이 일어난다면, 전 세계 국가들은 난민과 극단적 테러리즘의 형태로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인구 증가가 본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교육제도를 비롯한 각종 제도와 경제 구조가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없을 때, 사회는 압박감을 받게 된다. 

인구의 증감 추세가 들려주는 번영의 이야기도 있다. 동아시아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급격한 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다. 그 결과, 정부와 각 가정은 줄어든 부양가족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청년 노동자층의 증가와 소득의 상승으로 이어졌는데,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동아시아를 세계의 유력 지역으로 급상승하게 만든 기적의 33~44퍼센트가 이런 인구 변화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사회의 민주적 변화를 이끌었다. 2011년 아랍의 봄을 이끈 튀니지 인구의 연- 5 -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령 구조는 1990년대 중반 한국과 대만의 연령 구조와 비슷했다. 2010년 튀니지에서 성인 대비 청소년 인구 비율은 1993년 한국과 정확하게 일치했고, 각각의 시기 두 국가의 중위연령 또한 거의 같았으며, 튀니지에서 일어난 혁명과 민주화의 열망은 튀니지와 연령 구조가 유사한 주변 국가들의 정치 지형에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한국은 민주주의와 번영의 상징이고, 튀니지도 지금은 자유 사회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인구통계학자들은 튀니지가 계속되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더 완성된 인구 연령 구조로 바뀐다면, 갓 출발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혼돈 상황을 지나 변변하게 내세울 만한 민주국가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 평화롭고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거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튀니지와 한국 사이에 여러 유사점들이 있는 반면, 이집트와 한국은 이집트 대통령이었던 호스니 무바라크가 지적한 것처럼 인구통계학적인 부침에서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무바라크는 2008년 제2차 국가인구회의에서 1960년에 인구가 약 2,600만 명으로 동일했던 이집트와 한국이 그 이후에 얼마나 운명이 달라졌는지 언급하며, 한국의 가족계획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기준 한국의 인구가 4,800만 명으로 늘어날 동안, 이집트 인구는 8,0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무바라크는 한국이 경제 발전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는 반면에, 이집트는 인구와 자원의 불균형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인구 증가 때문에 경제 발전이 저해되고 사회적 불안정이 야기되었다고 주장했다. 

 

출생, 죽음, 이주 - 세계를 이해하는 3가지 키워드

인구통계학이 매우 복잡해보일 수 있지만, 인구의 변화는 세 가지 힘에 의해 움직인다. 바로 출산과 죽음, 이주가 그것이다. 보다 공식적이고 정확한 용어로는 FMM, 즉 출산, 사망, 이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출산과 사망, 이주를 각각의 다이얼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얼들을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돌리면 인구 변동과 관련된 무한한 역학관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전반을 통해,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상이한 방식으로 연결될 때 전체 인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것이다. 

한편 출산, 사망, 이주라는 다이얼을 저마다 다른 강도로 돌리면, 3가지 형태로 인구 변화를 창출할 수 있다. 인구의 크기와 분포, 그리고 구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크기와 구성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먼저 인구의 크기에 대해 살펴보자. 한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일반적으로 인구 크기와 관계가 있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잠재노동력과 소비 시장이 크다는 뜻이며, 인구 크기는 또한 군사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인구가 많을수록 분쟁이 생겼을 때 동원할 수 있는 잠재적 군인의 수가 많아진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인구가 1,100만 명에 불과한 쿠바는 2차 세계대전 이래로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됐고, 인구가 2,100만 명에 불과한 북한도 그와 유사한 나라에 속한다. 

인구가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국력의 유일한 원천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석유를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세계의 대다수 지도자들은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한다. 내 의견을 말하자면, 인구의 크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책 후반에 나오는 것처럼, 비록 인구의 크기가 사람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지라도, 쿠바와 북한의 사례는 인구 크기가 영향력을 형성하는 유일한 변수가 아님을 보여준다. 인구의 크기가 어느 방향으로, 또 어떤 속도로 변화하는가는 인구의 역학관계를 가늠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어떤 나라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어떤 나라는 인구 정체 상태이며, 또 어떤 나라는 점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출산과 사망, 그리고 이주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따라 인구 변화의 양상도 달라진다. 캐나다인의 출산은 수십 년 동안 대체출산율에 못 미치는 상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사망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민 가는 사람보다 오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오늘날 캐나다의 인구는 늘고 - 6 -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있다. 반면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는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보다 더 많고 이민 가는 사람이 오는 사람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줄고 있다. 한편 인구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출산과 사망, 그리고 이주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더욱 흥미로운 인구 역학 관계는 인구 구성이다. 각각의 사회마다 청년과 노인, 남성과 여성, 인종이나 민족 집단 등의 구성 비율이 다르기 마련인데, 이런 구성의 차이는 사회의 정치와 경제, 사회관계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종, 민족, 종교가 가리키는 정체성은 인구 구성의 첫 번째 유형이다. 동료 정치인구통계학자인 모니카 더피는 전 세계에 독립국가가 200개도 안 되지만, 민족과 인종 집단은 수천 개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나라들은 국내의 그런 차이들을 평화롭게 조정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집단 학살의 고통을 겪거나 출구 없는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 구성의 두 번째 유형은 성(性)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따라서 어느 사회든 최고령자는 대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유전에서 일하기 위해 인도 아대륙에서 무리 지어 국경을 넘어 오는 남성들이 많다. 때문에 경제활동연령에 있는 남녀 간의 성비가 엄청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 일부 사회, 가장 대표적으로 중국과 인도에서는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신생아의 성비가 극도로 편향되어 있다. 

인구 구성의 세 번째 유형은 나이다. 대개 국가는 인구 연령이 매우 젊은 상태에서 시작해서, 인구 변천 과정을 거쳐 완성 단계에 이르는 연령 구조 변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연령 구조 변화란 젊은 연령 구조에서 늙은 연령 구조로 이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나이지리아가 초기 연령 구조라면, 일본은 완성된 연령 구조다. 참고로 연령 구조 변화 과정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중국과 독일,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한국, 그리고 미국은 주된 경제활동연령층(20세에서 64세까지) 인구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 그에 반해, 아프가니스탄의 연령 구조 변화는 이제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 인구 구조의 마지막 유형으로 세대가 있다. 사회는 또한 세대에 의해 형성되는데, 세대 또는 코호트(cohort)는 공통된 인구통계학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세대는 중요한 인생 단계에서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이 일어날 때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역사적 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명칭이다. 예컨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개인의 견해와 신념이 형성되는 시기인 사춘기와 청년기에 일어난 베트남전쟁과 시민권 운동의 대격변기의 영향을 받았다. 

세대에 초점을 맞추면, 서로 다른 연령 집단이 그들의 고유한 특성들을 기반으로 어떻게 서로 다른 경험이나 의견을 가질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세대는 연령을 기반으로 한 코호트를 집단으로 묶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나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력은 전체 인구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9/11 테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의 종식, 소련의 붕괴 같은 사건들이 그런 예이다. 끝으로 우리는 세대나 기간과 무관하게 특정 생애 단계들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들을 흔히 생애주기효과라고 부른다. 우리는 정치적 행동에서 이러한 생애주기효과를 목격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 전반에 걸쳐, 젊은 세대는 나이 든 세대보다 거의 항상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정치 참여율이 낮지만, 베이비붐 세대도 그들이 젊었을 때는 마찬가지로 정치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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