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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허락"? - 윤석열 정부의 오만한 선동과 국민의힘의 이중성 (feat. 관습헌법)

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24-05-18 20:14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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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논란에 사법부가 끼어들었다. 정확히는 법원이 정부를 향해 내년도 의대정원 모집 최종 승인을 일단 보류하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정부는 때를 만난 듯 판사의 '월권'이라는 둥, 학과정원 늘리는데도 '사법부 허락'을 받으라는 거냐는 둥 은근슬쩍 여론전을 시작했다. 
 
언뜻 들으면 마치 조용히 일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과 선량한 국민의힘 행정부에게 사법부가 뜬금없이 "하지 마!"라고 태클을 건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윤석열 정부의 "월권", "허락"이라는 말에 숨은 교활한 선동 때문에 마치 사법부가 오만하게 가만 있는 정부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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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 "월권"? - 사법부가 입을 연 이유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이 말하는 사법부는 "판사"다. 판사는 원래 아무 때나 정부 정책에 토를 달지 않는다. 판사가 개인이 아닌 판사로서 무슨 말을 하는 경우는 판결이 필요한 경우이다. 
 
그럼 지금은 대체 왜 판결할 때나 입을 열 판사가 의대 정원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한 걸까?
 
당연히 이번에도 판결이 필요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 논란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그 "의대생"들과 의대 진학 희망 수험생들, 의대 교수, 그리고 전공의들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이 그것이다.
 

처음에 이 신청을 다뤘어야 했던 서울행정법원은 의대생과 의료진들로 이루어진 원고들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황당한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다 (그럼 대체 누가 직접적 이해 당사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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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연히 황당한 각하 사유에 원고가 항고하자 항고심을 맡은 고등법원(서울고법 행정 7부)이 한 마디 한 것이다. 그것도 강제성을 띈 판결이 아닌, "판결은 5월 중순까지 할 텐데, 판결을 하려면 자료가 필요하니 정부는 관련 자료를 얼른 제출하고, 대신 판결 때까지는 의대 정원 최종 승인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의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마치 못된 사법부가 선량한 정부를 "내 허락 받아!"라며 뒤흔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월권"이니, "사법부 허락"이니 하는 교묘한 선동질을 시작했다. 
 
 

"과도한 사법개입"이라는 현 여당 국민의힘 (feat. 관습헌법)

 
윤 정권의 선동질이 시작된 한편,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어제 (5월 2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상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추진 과정에서 법적 문제는 없었고, 정책 결정에 따른 행정 행위에 대해 법원이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과도한 사법 개입이 될 수 있으므로 기존 일정대로 5월 말에는 대입 전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놓고 사법부의 자료 제출 요구 및 승인 보류 요구를 무시했다.

출처 : 메디게이트 뉴스(https://m.medigatenews.com/news/623439086)
 
그래, 어쩌면 국민의힘 정권들은 민주주의의 삼권분리 원칙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고, 정부의 의지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자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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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왠걸, 다른 당도 아니고 국민의힘이 정부의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끌어들인 사례가 존재한다.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현 여당인 국민의힘이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쓰던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서울을 통째로 옮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행정적인 부분만 떼어서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했더니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송을 제기했던 때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여야만 한다는 것이 헌법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이 수도라는 말은 헌법 어디에도 없는 게 아닌가. 당시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반박은 '글자로는 안 써있어도 관습헌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법 내용이 글자로 정확히 써 있어야 하는 성문법 국가인 한국에서 글자로 안 써있어도 관습적으로, 즉 마음 속에 헌법 내용이 정해져 있다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아무튼 서울이 "관습헌법"이라는 꿈나라 헌법에 정해져 있으니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판결에 수도 이전은 결국 저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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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행정수도"라는 이름을 내걸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들까지 옮기겠다고 했으니 "직접적 이해 당사자"로서 사법부가 반감을 가졌을 수는 있다)

 
노무현 정부는 비록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판결에 승복하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사실상 파기했다. 그리고 "헌법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시작으로 갖은 비난을 받은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이 당선되면서 막을 내렸다.
 
그리고 20년 후인 2024년 현재, 사법부를 자신들의 정권 창출에 철저히 이용한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정책의 당사자들의 소송 제기에도 사법부가 입을 다물어야 한다며 180도 달라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 정권과 현 여당의 이런 대국민 선동,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그들이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 건 수십년이 지나도 저런 행태를 뿌리뽑기는 커녕 제대로 처벌조차 못하는 민주진영의 무능과, 아무리 사는 게 바쁘다고 한들 대놓고 180도 다른 말을 하는데 또 속아주는 우리 유권자들의 잘못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뽑아놓은 걸.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국민의힘 정권이 물러난 지 단 5년만에 또다시 나라를 가져다 잡수시라고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그것도 이번에는 인생 자체를 세탁한 여성과 검찰 출신 무능력자의 조합에 정권을 가져다 바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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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정신 있는 사람들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좀 더 현명하고 침착한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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