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과 하이브의 잘못, 그리고 제 3의 여자. > 이슈

민희진과 하이브의 잘못, 그리고 제 3의 여자.

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24-05-10 19:32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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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씨의 잘못은 너무나 명확하다.

회사생활을 사적인 감정과 구분짓지 못했다는 것.

그녀는 처음부터 '아일릿이 카피했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는 '같은 회사 내에서 니꺼 내꺼가 어디있고 어차피 가수인데 이미지, 컨셉 좀 비슷하게 가져간다고 그게 카피냐. 회사에서 월급받고 만들었으면 회사꺼지 그게 왜 니꺼냐...'라고 생각했었다. '회사 처음 다녀보나... 웹디년이 오냐오냐해주니까 도랏네. 미친년.' 이렇게도 생각했었다.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직관하다가 착즙타임이 임박했음을 알고 서둘러 영상을 꺼버렸었다. 언제까지 선즙필승전략이야... 

 

# 사진 한장은, 때로 4차원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멍청한 디자이너년의 쿠테타 정도로 생각하고 관심을 끊으려고 했었다.

이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쪽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이 진행중인데 이런 사진을 올렸다가 '빛삭'했다...라...

17153370419994.png출처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712193

 

뉴스에서는 분명 '방시혁의 아일릿'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일릿의 BD는 허세련이라고 하네? 민희진이 문제삼았던 것은 대체로 '비주얼적인 부분'의 카피였다. 나는 성별정도 밖에 구분이 안되는 돌알못이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뉴진스랑 헷갈렸다'고 말할 정도인 것을 보면 카피는 카피였던 모양이다. 

 

# 그럼 허씨는 누구인가?

17153370452962.png춢처 : 엘르코리아 SNS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는 그녀의 경력은 대략 이렇다. 

 

~ 2015 나일론 코리아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한 듯?)

~ 2017 엘르 

~ 2019 바자르

~ 2021 보그 (중도 퇴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즈음부터 연예계를 기웃거리기 시작한 모양. 제니랑 화보작업도 한 것 같고.

'데이즈드'라는 곳에도 있었다는데, 이건 아무리 찾아도 활동했던 흔적이 보이지 않음. 

2023 중반에 하이브 입사. 그즈음 진행했던 인터뷰가 이것 근데 솔직히 너는 엔터꼬꼬마잖아. 너가 기본과 중심잡기...를 논한다는게 좀 웃기지 않니? 얘도 자의식 과잉인가...

 

결론적으로 종합해보자면, 패션쪽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해서 글쓰고 사진찍던 사람을 데려와 여돌육성을 맡겨 놓았다(이건 빼박 바지지. 바지가 아니었으면 더 큰 문제). 

 

https://www.facebook.com/ellemagazine.kr/videos/평소-키가-작아서-키가-커서-스타일에-고민이-생긴다면-여길-주목하세요-대한민국-평균-이하와-이상의-키를-가진-패션-에디터-허세련serian86과/1087610501312881/

 

# 다시 돌아와, 사진에서 읽히는 그간의 사정.

업계 짬도 없는 애를 디렉터라고 앉혀 놓고, 공장을 돌리니 당연히 컨셉이 비슷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전혀 새로운 컨셉을 창조해내는 건 공장장으로서의 도리도 아니거니와 이미 성공적인 프로토타입인 뉴진스가 있는데 '새로운 시도'를 한답시고 위험을 감내하는 것은 회사로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허씨의 입장은 이랬을 것이다. 

 

그러나... 민희진은 인터뷰에서 허씨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았다. 하이브의 태도와 '개저씨들'에 대한 반감을 쏟아냈다. 왜일까? 

 

# 뉴턴은 만유인력을 만들지 않았다.

허씨도 밑바닥부터 올라온 케이스는 맞다. 비록 다른 업계이긴 했지만.

하지만 '다른 업계'라는 것은 크다. 화보는 '2D'의 세계다. 엔터는 여기에 '3D'가 추가된 업계다. 같을 리가 없다. 

화보까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데뷔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 모든 것이 뉴진스의 그것과 같다면 문제가 있다.

뉴진스 또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어제 아침까지의 나를 포함해서).

 

관점을 약간만 달리 해보면 어떨까?

뉴턴은 만유인력을 만들어내지 않았고, 아인슈타인도 시간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중력을 증명해낸 뉴턴도,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낸 아인슈타인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았다.

자신이 발견한 '현상'을, 이미 존재하던 물리적 토대 위에서 증명해낸 것에 불과하다.

즉 그들의 공로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을 정립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공로는 길이길이 인정받고 숭배받고 있다.

 

동일한 관점에서  민희진은 성공방정식을 만들어 냈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이걸 '방적식'으로 만들어 낸 '공로'는 명확하게 존중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 결국 문제는, 그 놈의 '태도'

하지만, 하이브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민희진이 뉴진스를 위해서 챙겨놨던 이미지들을 가져다 쓴 셈이고 민희진은 이걸 참을 수가 없었고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대표는 그러한 이의를 수용하되 반영하지는 않았다(이 부분, 회사로서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표 뒤에 숨은 허씨가 가만히 있어도 모자랄 이 판국에 여기에 가운뎃손가락을 날렸다. 그간 허씨와 민희진이 회사 내에서 어떠한 취급을 받아왔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허씨의 영입에 대해, 그리고 그가 맡은 일에 대해 민씨가 마음이 좋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허씨는 대표와 회사의 오냐오냐에 놀아나 민씨와 대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경력도 없는 애가 본사 신입으로 들어 왔는데, 팀장 달아주고 전사적으로 그 팀을 밀어준다. 그런데 걔가 그룹 대표 후광을 등에 업고 계열사 대표를 우습게 안다? 그 증거가 바로 SNS에 올린 뻑큐다. 의도적으로 올린거라면 빼박인 것이고 의도적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평소 그녀가 민씨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었는지가 명확하게 보이는 부분이다.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하이브, 케이팝의 그림자 - 르세라핌

이번 사건으로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노래와 음악이 아닌 이미지로 밥벌어먹고 사는 것이 가수...라는 것이 공식으로 굳어져버릴 것 같아서 무섭다. 솔직히 이번 코첼라에서의 르세라핌의 무대는 충격이 상당했다. 정교한 카메라 워크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는 프로듀싱에 힘입어 색상, 소재만 다르게 찍어내는 공장식 운영을 '멀티 레이블'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하는 하이브가 '케이팝'이라는 장르 자체를 소모해버릴 것 같아서 두렵다. 

 

중국에도 아름다운 문화재가 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당나라 시대의 화려한 도자기 작품들은 고려청자, 조선백자와 함께 앤틱계에서는 최고의 수집품으로 꼽힌다. 또한 정신놓고 지켜보게 될 만큼 정교한 공예품들을 만들어 내는 장인도 아직 존재한다. 하지만 아마도 앞으로의 세계인들이 기억하는 중국은 테무, 알리 등으로 대표되는 '쓰레기 발송국' 정도일 것이다. 

 

민희진이 만들어낸 공식을 그대로 가져다가 제2, 제3의 짝퉁을 만들고 공급한다면, 하이브 또한 엔터계의 테무로 낙인찍힐 수 있고, 해외 시장에서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하이브가 곧 '케이팝'을 대표하는 얼굴이 된다면... 케이팝의 미래는 안봐도 뻔하다. 

 

# 하이브, 케이팝계의 TEMU가 될 것인가.

내새끼들 등교날 입힐려고 고이고이 모셔둔 옷을 털어가는 첩년을 그냥 둘 엄마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이 경우 싸움의 양상은 중간에 낀 남편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남편이 서열정리를 잘 해주면 의외로 '여자들끼리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만약 첩년 편을 든다면? 본처는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남편 목에 칼을 들이미는 결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말이다.

 

하이브는 덩치에 맞게, 케이팝의 미래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려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계열사 내부라고 해서 무지성 카피를 허락한다면, 하이브의 몰락은 물론이고 케이팝의 미래에도 똥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이는 잡스 사후 계속된 자가복제로 상품라인은 복잡해졌지만 혁신은 사라진 애플의 경우만 보아도 명약관화한 결과다. 

 

지금 중요한 것은 민씨가 회사를 집어먹으려고 했느냐가 아니다.

(나는 그녀가 그럴만한 정교한 인물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인터뷰장에서의 변호사의 반응까지 짜고 친 고스톱이라면, 그 변호사는 로펌이 아니라 충무로에 진출시켜야 한다고 본다.)

하이브가 몸집만 큰 어린애같은 서열구조를 가졌다는 점, 하이브의 지향점이 음악이 아니라 '이미지 팔아서' 돈버는 모델에이전시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대로 놔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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