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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지는 벚꽃이 닮았다

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24-04-28 22:12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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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지는 벚꽃이 닮았다

경향신문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   입력 : 2024.04.16 16:39 수정 : 2024.04.16 21:45

 

는 준엄했다. 108 대 192. 보수여당이 대참패했다. 1988년 ‘1노3김’이 겨룬 13대 총선 이래 여당 지역구 의석이 처음 두 자릿수(90석)로 쪼그라들고, 그 의석마저 셋 중 둘은 영남(59석)이었다. 2년 전 대선에서 이긴 한강·금강에서 완패하고, 낙동강과 서울 강남에서 명줄만 부여잡았다. 중대선거구제와 비례제 확대를 반대한 여당은 누굴 탓할 것도 없다. 윷 던지듯 한 소선거구 진검승부에서 ‘모 아닌 도’를 잡았다. 그 투표함이 까진 4월10일 밤, 한국 정치는 또 한 번 개벽했다.

 

“왜 저리 막 던질까.” 대통령이 총선용 감세·토건 공약을 나날이 쏟아낼 때다. “질 거니까.” 이 문답에 술자리에선 실소(失笑)가 터졌다. 정권심판론이 그리 컸고 이심전심으로 굴렀다. 허겁지겁 용쓰다 만 여당은 논외로 두고 그 심판의 시작과 끝, 오롯이 ‘윤석열’이다. 집권 2년 패인이 ‘디올백·런종섭’뿐일 리 없다. 검사 정치, 입틀막 정치, 이념 정치, 야당·비판언론만 수사·감사·검열한 권력사유화, 편 가른 인사, 사과 없는 만기친람 국정의 울화와 냉소가 ‘윤석열’로 집약됐다. 대통령은 굳이 비쌀 땐 국과 계란찜에 넣어 먹지 않는 게 대파란 것도, 그래서 그 소동에 서민들이 더 서러웠던 것도 몰랐을 게다. 귀 닫고 기세등등 폭주하던 윤석열차를 총선이 세웠다. 민심의 철퇴였다.

 

힘 빠진 대통령은 외롭다. 격전지에서 생환한 안철수·나경원·이준석은 그가 내친 이들이다. 2028년까지 대통령보다 임기 긴 여당 의원들도 호락호락할 리 없다. 보수언론도 싹 걷으라니,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온갖 카르텔로 옥죄던 ‘줄푸세’ 입법과 ‘메가서울’은 길을 잃었다. 그렇잖아도 사후 시비 될 정책의 ‘용산 보고·결재’를 사린다는 공직사회는 국회와 여론을 더 살필 게다. 고립무원(孤立無援)과 무신불립(無信不立)과 복지안동(伏地眼動), 이 열두 글자는 레임덕 경고장이다. 눈 익은 사극에 빗대면, 사면초가가 높아 용산궁의 밤을 덮고, 넋 잃은 혼군(昏君)은 술잔만 비우고, 그 옆에서 궁 밖 나들이도 접은 중전이 한숨짓는 장면 아닐까. 지지자들까지 부끄럽게 한 2년의 자업자득이다.

 

대한민국엔 두 절대권력이 있다. 7000여 고위직을 임명해 국정을 총괄하고 형사소추도 불가한 ‘대통령’과 그를 탄핵하고 거부권을 무력화하고 개헌도 할 수 있는 ‘국회 200석’이다. 총선은 그 대통령의 힘을 빼고, 야권엔 200석까지 8석을 채워주지 않았다. 서로에게 부족한 2%는 최후통첩이다. 패장 대통령은 마지막 기회이고, 국회 리더 이재명은 경세의 전략·정책·지혜를 구할 시간이다. 대통령은 비상구가 있을까. 이재명은 ‘새 이재명’으로 거듭날까. 앞으로 1~2년, 새 국회 전반기(2024~2026년)에 판가름난다.

 

한데, 총선 당선증 잉크도 마르기 전, 또다시 거국내각이니 개헌이니 대연정이니 말이 앞선다. 선후가 바뀌었다. 총선 표심은 이 국정 난맥의 진상을 밝히고, 검찰권·감사권·방송심의 전횡을 바로잡고, 무능한 민생 출구를 열라는 것이다. 그 결과표를 놓고 정치·헌법·대선을 논해도 늦지 않다. 잘해서 모아준 표가 아니다. 힘 받더니, 또 나무에 올라 물고기부터 찾는 야당이 될 건가. 승장 이재명은 현충원에 ‘함께 사는 세상’과 ‘민생정치’를 적고, 검찰개혁과 사회권 확장을 외친 조국은 ‘사즉생’을 다짐했다. 그것부터다. 야권은 이 의석이라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뭘 하고 싶었을까, 이 의석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뭘 왜 못했을까 반추할 때다. 거야는 어깨 힘들어가고 정당민주주의와 언로가 막히지 않게 경계할 때다. 겸손한 권력, 답 내놓는 정당만이 수권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은 하산길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더라”(노무현)던 그 길이다. 16일 윤 대통령이 ‘하나마나한 총선평’을 내놨다.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고, 새 얘기가 없고, 협치 의지가 없었다. 더 낮게 소통·경청하자며 국무회의로 퉁치니, 기자회견을 강권한 보수논객도 손들었다. 가던 길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일 격랑이 한둘인가. 맨 앞에 ‘채 상병 특검’이 있다. 다수가 원하고, 거야는 벼르고, 여당 찬성표도 느는데, 대통령은 거부할 건가. 이 국회든 새 국회든, 화난 민심과 200석이 모이면, 윤석열의 정치는 파국이다.

 

선거는 세상을 당겼다 놓는다. 그새 벚꽃이 졌다. 2년 만에 권력 누수된 대통령과 화려하고 짧게 폈다 지는 벚꽃은 닮았다. 대통령은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식물대통령일까, 부부의 안위일까, 영수회담일까. 춘삼월에 벚꽃은 다시 피지만, 윤석열 정치엔 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남은 3년 그의 운명, 참회의 질과 속도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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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대통령)이 남은 3년을 버티기 힘들다."

"윤 정권이 아무리 못해도 친북 좌파 세력의 준동보다는 낫다."

 

尹의 변화 요구

 

“윤석열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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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윤 대통령을 다시 주목한다

무엇보다 너무 빨리
대통령병 걸렸던 것 아닌가
왕처럼 대접받는 데 익숙해져
어떻게 이 자리 왔는지
잊었던 것 아닌가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      입력 2024.04.16. 03:20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대패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인 만큼 윤 정부를 불신임한 것이고 따라서 윤 대통령 보고 물러가라는 것인가, 아니면 대오각성해서 잘하라는 경고장인가? 만일 우리가 내각제라면 윤 정권은 그날로 퇴진했어야 했다.

 

윤 대통령이 어떤 진로를 택하든 그의 앞길은 험난하다. 심하게 말하면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앞으로 3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야당과의 협치(協治)를 말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조국 등이 이끄는 야권이 윤 대통령이 잘되도록 협조할 리가 없다. 보수권이 망해야 다음 대선에서 좌파가 집권할 텐데 윤 정부를 도와준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이미 기고만장한 야권 사람들이 윤 대통령 모욕 주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다못해 총리·장관 등 인준 과정에서 엄청난 몽니를 부릴 것이 뻔한 만큼 설사 윤 대통령이 탕평적 인사를 도모한대도 결과는 혼란과 혼돈과 지리멸렬뿐이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둘째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의 경험과 경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그의 성격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그리 쉽고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용산 쪽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너무 독선적이고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자기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고 자신의 지식과 선의가 통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번 의대 정원 파동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의 알력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부인의 문제에서 잘 드러난 불통 그대로다.

 

셋째 그의 국제적 위상의 하락이다. 그가 2년간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인 것이 있다면 자유민주 우방으로서의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회복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 총선으로 그를 사실상 ‘레임덕 대통령’ 취급할 것이다. 그의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윤 대통령은 바이패싱 당할 우려가 있고 한국의 안보와 주한 미군 문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나는 그 무엇보다 윤 정부의 패배가 한국 사회의 가치전도적인 측면을 드러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행보가 얼마나 위중한 것이기에 이재명과 조국 지지 세력의 거짓과 뻔뻔함과 사법적 리스크를 압도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윤 대통령의 ‘불통과 무능’ 앞에서 우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남은 3년을 그렇게 지리멸렬하게 보낼 수 없다는 사람들은 그 3년이 생각만 해도 무섭고 지겹다고 한다. 야권이 기고만장해서 한국의 정치를 좌편향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사람들은 차라리 윤 정권이 여기서 물러나고 새판을 짜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주변에 설문 조사 하듯 물었다. 내가 아는 이삼십 명의 사람은 보수층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물러나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윤 대통령이 대오각성해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윤 정권이 아무리 못해도 친북 좌파 세력의 준동보다는 낫다고도 했다. 그것이 국민의 메시지라고 했다. 오히려 오늘의 패배가 윤 정권의 각성과 재정비를 자극해서 3년 후 대선에서 이재명 당을 저지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 지금 보수층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윤 대통령은 2년 전 대권에 도전할 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정치권, 그것도 고루하기까지 한 보수 정당의 높은 장벽을 넘어 대통령 후보를 따냈고 집권 여당을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그때의 심정과 자세로 돌아간다면 오늘의 역경을 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게 본다면 그는 지난 2년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너무 심취했던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 무엇보다 너무 빨리 대통령병(病)에 걸렸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대통령 자리가 곧 왕(王)처럼 대접받고 행세하는 위치라는 데 익숙해져 자신이 왜 어떤 연유로 오늘날 이 자리에 왔는가를 잊어버린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대통령 개인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기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심기일전을 주문하면서 했던 명언을 되살리고 싶다. 그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 지상(至上)의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선인(先人)들의 명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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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3년은 너무 막막하다

경향신문    양권모 칼럼니스트     /      입력 : 2024.04.15 20:40 수정 : 2024.04.15 20:41

 

돌이켜보면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만큼 정권심판 민심을 표징하는 것도 없다.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 조기 종식’ 구호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질 만큼 심판 민심은 매서웠다. 여당이 108석으로, 간신히 탄핵 저지선을 지켰지만 내용상으론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임’에 가깝다. 내각제 같으면 총리가 물러나고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은 남은 임기 3년도 극한 여소야대 우산 아래 놓이게 됐다. 야당 협조나 양해 없이는 입법, 예산, 인사, 법제화가 필요한 정책 등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식물 대통령’이 실체로 다가왔다.

 

총선 결과는 국정 기조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응답했다. 응당 그리하여야 하나, 소환되는 장면이 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뒤 “저와 내각이 반성하겠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쇄신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그때 제대로 반성하고 국정을 쇄신했다면 총선 결과가 이렇지는 않았을 터이다.

 

국정 쇄신, 윤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만사휴의다. 오만·독선·불통의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쇄신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단기에 윤 대통령의 변화와 국정 쇄신 의지를 검증할 수 있는 다섯 개의 시험대가 앞에 있다. 인적 쇄신, 협치, 소통, ‘해병대 채 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문제다.

 

가장 먼저 이뤄질 인적 쇄신.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내각 인선에서 구태를 깨고 파격에 가까운 감동 인사를 할지 여부다. 야당도 비토할 수 없는, 거국 내각 효과를 낼 통합형 인사를 국무총리로 발탁하느냐가 핵심이다.

 

두 번째 협치, 먼저 손을 내밀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날지가 바로미터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받아들여 야당과 대화·타협하는 정치의 복원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불통의 장막을 거두고 국민,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기자회견을 한사코 거부하고, 나홀로 담화나 국무회의 발언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방 소통 방식을 개선할 것인가. 당장 ‘총선 패배 입장 발표’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에 따라 방향이 가늠된다.

 

다음으로 총선 후 제일 먼저 대통령 책상에 올라올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처다. “국정 쇄신 의지는 ‘채 상병 특검법’을 대하는 자세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총선 와중에 이뤄진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도피성 출국’이 정권심판론을 폭발시켰다.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보듯 국민을 지키지도 못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권의 무도함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도 특검법 수용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 민의를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채 상병 특검법’에 무조건 거부권으로 맞선다면, 윤 대통령의 ‘불변(不變)’을 공인하는 게 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변화 의지는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 ‘풀이’에서 확인될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백 수수 사건’ 등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들을 단호히 정리할지 여부다. 끊이지 않는 대통령 부인의 국정 관여 의혹, 이를 확실히 불식시킬 조치가 나올지도 지켜봐야 한다. 뒷북치기 제2부속실 설치 등으론 해법이 될 수 없다. 종국엔 ‘김건희 특검법’을 대하는 자세가 모든 것을 말해줄 테다.

 

윤 대통령은 이 다섯 가지 시험대를 통과해 국정 쇄신과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와 회의가 교차한다.

 

밀리기 싫어하고 고집스러운 윤 대통령이 총선 민의와는 반대로, 반동의 길로 갈 수도 있다. 어차피 여야 의석 분포는 21대 국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으니 남은 3년의 국정도 지난 2년과 같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려 들 수도 있다. 그러면 다섯 가지 시험지에 적힐 응답이 달라진다. 인적 쇄신은 감동 없는 보여주기에 그치고, 국무총리 인선은 통합과는 거리가 멀고, 협치는 외면하고, 일방 불통은 개선하지 않고,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거부권 행사로 막을 것이다.

 

총선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길이고, ‘이름뿐인 대통령’으로 전락을 자초하는 길이다. 윤 대통령이 끝내 변화를 거부하면, ‘이대로’ 3년은 너무 길고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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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DJ냐, 박근혜냐… 윤 대통령은 어느 길로 갈 것인가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4-04-16 08:35

 

역사에 답이 있다. 먼 과거까지 갈 것도 없다. 총선에서 패배한 김대중(DJ),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만 비교해도 답은 금방 나온다. 대통령 중간평가인 4·10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대파, 아니 대패한 윤석열 대통령이 당장 어째야 하는지.

집권 3년차 2000년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맞은 DJ는 대국민 특별담화를 냈다. “총선 민의는 여야가 협력해 나라의 정치를 안정시키라는 지엄한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소회를 밝히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여야영수회담을 제의했다. 패배 나흘 만에 TV로 생중계된 담화였다. ‘총재회담’ 대신 입때껏 안 써왔던 ‘영수회담’이라는 용어를 쓴 것도 시선을 끌었다.

 

17143098786949.jpg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낸 대국민 특별담화 내용을 보도한 동아일보 2000년 4월 18일자 지면.

 

 

● DJ 대국민 담화-朴, 청와대 모두발언

 

집권 4년차인 2016년 4·13총선에서 1석차로 패한 ‘박근혜 청와대’는 달랐다.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달랑 두 줄짜리 논평을 내놨을 뿐이다.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그 흔한 크리셰조차 없었다.

대통령 육성은 총선 닷새 뒤에야 들을 수 있었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다. 늘 그랬듯 단호한 표정으로 그는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 했다. ‘국회 심판론’을 외쳤던 대통령 자신을 변호하듯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즉 국회가 변해야 한다고 일침까지 놨다.

당연히 영수회담 제의 같은 건 없었다. 6분 간의 모두 발언 중 총선 관련 발언도 꼴랑 45초였다. 여당에서조차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이 의례적인 사과라도 당연히 표명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물론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주로 하는 소리였지만.

● 국무회의 모두발언 택한 ‘윤석열 모델’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모델’로 가는 듯하다. 물론 현재까지 얘기다. 총선 패배 다음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기자들 앞에 나타나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말씀을 제가 대신 전해드리도록 하겠다”더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44자(공백 포함하면 56자)를 읽었다. 박 전 대통령 때는 그래도 두 줄이었는데 이번엔 김밥처럼 고작 한줄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2016년처럼 비서들 앞이 아니라 국무위원들 앞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기자회견도 아니고, 국무위원들 듣는 형식을 왜 굳이 국민이 알아서, 새겨들어야 하는지 부아가 난다. 총선 압승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거듭 촉구했던 대통령과의 만남도 대통령실에선 아직 결정을 못한 눈치다.

패배 6일만에 하는 육성고백이면(이미 박근혜 때보다 하루 늦었다) 윤 대통령은 제대로 해주었으면 한다. 국민들 대신해 질문해줄 기자들이 없어 궁금증은 다 풀 수 없겠지만 제발 여당 내에서조차 답답하다는 소리는 안 나오게, 담아야 할 내용은 다 담아서 읽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 걱정하는 국민을 위해서다.

 

17143098799832.jpg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라도 해야 한다

대국민 담화 일주일 뒤 열린 여야영수회담에서 DJ와 이회창은 ‘국민대통합의 정치’를 약속하는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물론 다 지켜졌다고 하긴 어렵다. DJ는 한달 뒤 새총리에 자민련 총재 이한동을 임명하고 총선 과정에서 폐기되다 시피했던 DJP 연대도 복원했다(이회창은 DJ의 ‘인위적 정개 개편’ 에 분노보다 환멸을 느꼈다고 자서전에 썼다). 이렇게 여소야대를 극복한 놀라운 정치력으로 DJ는 종국엔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던 것이다.

반성 할 줄 몰랐던 박 전 대통령이 그 뒤 어떤 길로 갔는지, 멀지 않은 역사가 말해준다(정말이지 그 끔찍한 단어를 쓰고 싶진 않다). DJ 반의 반 만큼의 정치력도 없어 보이는 윤 대통령이 ‘민생’만 강조해 현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들이 많다. 시중엔 윤 대통령이 과연 변할 것인가, 안 변할 것인가를 놓고 말들이 분분하다.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택한 것 보면, 그 오만해 보이는 스타일이 변할 것 같지가 않다.

“지도자가 통치스타일을 바꾸지못하는 것은 타고난 성향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노선을 추구함으로써 항상 성공해 온 경우에는 그것을 포기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가 한 말이다. ‘윤통 스타일’ 때문에 정권은 총선에서 심판받았다. 포기해야 할 이유는 이제 충분하지 않은가. 국무회의 모두발언 속에 “5월 10일 취임 2주년을 기해 반드시 기자회견을 마련하겠다”는 말이 들어간다면, 또 한번의 희망은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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