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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4-10-09 07:54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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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정부에서 초대 문교부장관을 역임하고, '일민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발휘했으며, 박정희 정부 시절에 이르기까지 단군민족주의에 대한 실천운동을 전개하였던 '안호상'이라는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오늘은 안호상의 해방 이전 삶에 대해 간략히 알아볼 것이다. 


대종교인 안호상


 1902년,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난 안호상은 1919년, 식민지 조선에서 만세 삼일 운동이 기세를 떨치자, 17세의 나이로 집안어른 안희제 등의 영향을 받아 대종교에 입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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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상회


 안희제는 훗날 임시정부 비자금의 출처 중 하나가 되기도 하는 백산상회(白山商會)를 설립하고, 조선국권회복단에 참여하는 등, 경제적 자립을 통해 독립을 이뤄내고자 했던 민족자본가였다. 그는 일찍이 1911년 대종교에 입교하여 1930년대에는 만주에서 발해농장을 개척하는 등, 1942년 임오교변(壬午敎變)으로 고문치사당하기 전까지 대종교 포교운동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된다. 일제에 의해 희생당한 안희제의 거룩한 초상(肖像)은 훗날 안호상의 회고록에도 인상깊게 묘사된다. 


 이렇듯 안희제의 영향을 받아 대종교에 입교한 안호상은 수많은 대종교인들과 교분을 쌓으며 영향을 받게 되는데, 그가 훗날 회고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인물들은 후일 대종교 3세 교주가 되는 윤세복,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와 위당 정인보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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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신채호


 안호상은 윤세복으로부터 한민족의 옛 역사와 화랑정신을 전수받았고, 위당 정인보로부터는 역사관을 전수받았는데, 특히 단재 신채호는 북경에서 안호상을 처음 만나자마자 대뜸, "우리는 올바른 민족역사를 찾아야 한다." 며, 이제 막 독일로 유학길을 떠나려는 젊은이에게 신신당부를 하기도 하였으니, 안호상이 훗날 민족적 사상을 전개해나가려는 생애 초기 시절, 이 때의 대종교 인맥은 여러모로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임이 틀림없다. 


 기실 안호상은 훗날, '철학할 결심'을 이때 거듭 하게 되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던 바, 해방이후 조선민족청년당을 창립하는 이범석, 한글운동과 조선어학회 활동에 참여했던 이극로 등도 모두 대종교 활동을 통해 알게된 인맥이었다. 


 대종교와 독립운동, 그리고 민족주의는 한데 얽혀 안호상의 젊은 날을 구성했다. 단군을 숭배하는 민족 고유의 종교가 다시금 부활해야만이 민족도 갱생하고, 또 독립도 가능하다는 것이 대종교의 가르침이었다. 이와 같은 생각은 심지어 21세기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 한국인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매년 10월 3일에 있는 공휴일 '개천절', 젊은이들의 성지인 '홍대 거리(홍익인간)', 인기있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배달겨레)' 등, 그 어원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대종교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100년이 지난 2020년대 현재에도 피상적으로나마 알게모르게 산재해 있는 것이다.




조선인 유학생 안호상



"부모 형제가 가족이라면 한 핏줄의 동포는 민족이며, 가정이 가족의 집이라면 국가는 민족의 집이다. 민족은 어떠한 개인과 계급보다 더 귀중하며 국가는 어떠한 단체나 정당보다 더 크다. 민족과 국가를 가장 높게 또 귀중히 여김은 인생의 본성이며 한 백성 일민의 본무이다." 

- 안호상. 일민주의의 본 바탕. 서울: 一民主義硏究院, 1950.



 이승만과 더불어 몇 안되는 조선인 출신 '박사'이자 식민지 시절 최고의 엘리트 중 하나였던 안호상이, 독일에서 소위 '히틀러 연설에 충격, 감명받았으며 그로 인해 나치 추종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오늘날 한국의 인터넷에도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안호상이 유학간 곳이 독일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본래 안호상은 일본의 세이소쿠(正則)영어학교와 상하이의 퉁지의공대학(同濟醫工大學)에서 수학했으며, 독일로 간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독일로 가기 전의 안호상은, 회고에 따르면 비행사를 꿈꿨다. 그 이유 또한 비범한데, 폭격기에 몸을 싣고 황거(皇居)에 폭탄을 떨어뜨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그거 어째서 정 반대의 길, 지식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던 것일까?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던 이 젊은이가 상해에서 목격한 독립운동가들의 실태는 서로 분열되어 어지러이 다투고 있는 실정이었다. 회고에 따르면, 이로 인해 더욱더 '민족철학'을 바로세우는 것이 급선무이며, 당대 가장 철학으로 선진적인 국가가 곧 독일이었기에 독일로 유학갈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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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말을 탄 세계정신(Weltgeist)이 지나간다." - 예나에서 두 철학자가 만나다.



 안호상이 독일 예나대학에서 '관계 문제에 대한 헤르만 로체의 의의'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딴 이후에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나 일본 교토대학에 가서 연구를 한 경험 또한 있다. 그러니 '세상물정 모르던 순수한 조선 청년이 하필이면 처음으로 보게된 선진국에서 파시즘의 광풍을 목격해버렸기에 그에 주화입마하였다.'는 류의 망상보다야, 차라리 이 때 당시에 그가 공부했던 관념철학유심철학이 안호상에게 있어선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안호상 본인부터가 '파쇼국가의 전체주의'에 '헤겔 혹은 헤겔에 영향받은 철학자'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니.



 병약했던 안호상은 건강악화로 인해 귀국한 뒤, 헤겔 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1930년대 중반부터는 동양철학, 특히 성리학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 때 안호상은 유학에서의 "아는 것은 쉬우나 행하는 것은 어렵다(知易行難)"를 거꾸로 뒤집어 "행하는 것은 쉬우나 아는 것은 어렵다.(行易知難)"고 주장한 바, 이는 중국에서 쑨원이 "아는 것은 어려우나 행하는 것은 쉽다(知難行易)"고 한 것과 꼭 같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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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호상은 리理와 기氣를 일원론적으로 해석하는 율곡 이이의 방식을 헤겔철학과 연관지으며, 이것을 곧 전체와 부분 사이의 상관성으로 해석했다. 율곡의 기발리승지설(氣發理乘之說), 즉 기가 발하매 리가 그것에 올라탄다는 개념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의 현상이 '모두' 기를 통해 드러나기(發) 시작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전체성'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부모가 없고, 왕이 없고, 형이 없으면 효도도 충성도 공경도 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호상에게 있어서 이 '전체'는 "국가가 없으면 개인도 없다"는 주장과 '민족적 전틍'이라는 근거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독일민족에게 헤겔이 있었다면, 조선민족에겐 율곡이 있다."는 것이, 안호상의 발견이었다. 이 지점에서 잠시, 훗날의 안호상이 주장한 국가개인론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해방 이전 그의 삶의 궤적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국가가 우선인가, 개인이 우선인가?" 율곡이 기발리승설(氣發理乘說)을 주장하는 동시에, 리(理)와 기(氣)를 서로 떼어 나눌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듯, 안호상 또한 국가와 개인이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다고 보았던 바, 국가가 곧 하나의 집이라면, 개인은 그를 떠받치는 기둥들이라고 보았다. 기둥이 없으면 집이 무너지듯, 집이 무너졌을 때 기둥만 멀뚱히 서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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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 때의 국가라는 거대한 집은, 단순한 무생물적 존재가 아니다. 국가란 살아있는 일종의 유기체와 같은 것으로, 개인의 신체 일부가 병들면 곧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심할 경우 개인 생명에도 위협을 미치듯, 국가와 개인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개인이라는 존재가 병들면 국가도 병들고 국가가 병들어 죽는다면 자연히 그 국가를 떠받치는 여타의 개인들도 병들어 죽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국가는 살아있는 전체이자 거대한 생명체고 개인은 박동하는 장기이자 자그마한 일부분에 불과하다. 국가라는 전체는 개인이라는 부분의 자리를 정하며 가치를 정해주고, 논리적 선재성과 가치적 우위성을 지닌다. 국가가 없으면 개인도 없고, 국가가 없으면 자유도 없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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