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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꿀꺽 미스테리한 큰입상어 이야기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3-08-26 19:44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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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사소한 해양생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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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약 400여 종의 상어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깊은 저 바닷속에서 온갖 기상천외한 신체 능력을 이용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횟집이나 수산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종류도 있는 반면, 일생에 한 번 보는 것도 어려운 종류도 있는데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생에 한 번 보는 것도 어려운 거대한 심해 상어, 큰입상어(Megamouth Shar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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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입상어는 최대 7m 이상 성장하는 대형 상어의 일종으로, 현존하는 상어 종류 중에서 고래상어(18m), 돌묵상어(12m)에 이어 3번째로 거대한 상어입니다.

덩치는 매우 크지만 실제 성격은 매우 온화하고 겁이 많으며, 주로 수심 200~4,600m 의 깊은 심해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야생에서 만나기 매우 어려운 종인데요.

이름처럼 최대 너비 1.3m에 달하는 거대한 입이 특징이며, 이를 이용해 먹이인 플랑크톤과 크릴새우를 물과 함께 빨아들인 후, 아가미로 먹이만 걸러먹는 여과섭식자(Filter Feede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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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입상어의 가장 큰 특징은 최대 너비 1.3m 에 달하는 거대한 입으로, 무엇이든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기괴한 비주얼 때문에 이들을 처음 본 일반인들은 식인상어로 오해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은 플랑크톤이나 크릴새우만 먹고 살며, 사람을 만나면 같이 헤엄치거나 도망쳐버리는 온화한 성격을 지닌 물고기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아주 드물게 살아있는 큰입상어들이 발견되면, 이들을 만나거나 같이 헤엄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덩치는 큰 녀석이 엄청 순둥순둥하다" 라는 목격담을 펼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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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입상어는 단순히 입만 큰 게 아니라, 윗턱 속에 숨겨진 하얀 띠를 이용해 먹이를 유인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큰입상어들은 사냥할 때만 빛을 반사하는 하얀 띠를 과시하는데, 이 하얀 띠는 플랑크톤들이 내는 빛을 역으로 반사해 이들을 큰입상어의 입 근처로 유인합니다.

플랑크톤들이 자신들의 빛에 이끌려 다가오기 시작하면, 커다란 입을 벌려 대량의 물과 함께 이들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것이죠.

이 때문에, 한 때 큰입상어는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발광을 하는 어종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2020년 벨기에 루벤대학교 해양생물학 연구팀에 의해 이들은 빛을 내는 것이 아닌 빛을 반사하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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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입상어는 1976년 11월 15일, 하와이 오하우 섬 최북단으로부터 약 40km 정도 떨어진 해역에서, 소련의 잠수함 활동을 감시하던 미 해군 연구선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미 해군은 정찰을 마치고 바닷속에 던져 두었던 심해 정찰 장치와 닺줄을 끌어 올리던 도중, 약 4m 크기의 커다란 상어의 사체가 닺줄에 얽힌 채로 같이 끌려 올라왔는데요.

해군은 사체를 해군 연구소까지 이송한 후, 현지 해양생물학자들을 현장으로 소환해 조사를 부탁했으나, 그 누구도 이 기묘한 상어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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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방문한 해양생물학자들 중에는 하와이 대학교의 어류학 교수이자 와이키키 아쿠아리움의 관장을 역임하고 있는 레이튼 테일러(Leighton Taylor)가 있었는데요.

그는 상어의 커다란 입을 보고, '거대한 입' 이라는 뜻의 메가마우스(Megamouth) 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7년 뒤인 1983년에 큰입상어가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될 때 새로운 학명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렇게 큰입상어는 테일러 교수에 의해 "Megachasma pelagios" 라는 정식 학명을 부여 받았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먼 바다의 하품하는 거인' 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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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큰입상어의 뜬금 없는 발견은 당시 수많은 해양생물학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라지만, 몸길이가 4~6m 에 달하는 거대한 상어가 20세기 후반이 돼서야 발견되었다는 건, 이보다 더 커다란 신종들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인데요.

또한 큰입상어의 기묘한 외형도 충격에 한 몫 했는데, 실제로 이 상어를 끌어올렸던 선박 근무자는 “몸은 길고 가늘어서 굉장히 아름다웠는데, 머리는 살면서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징그럽게 생겼다. 몸무게의 절반은 머리 때문인 것 같았다” 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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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외형와 뜬금없는 발견 상황 때문에 “기형으로 태어난 상어를 신종으로 등록한 거 아니냐” 라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

1984년 11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카탈리나 섬에서 2번째 큰입상어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이 이야기도 옛말이 되었습니다.

1988년 8월 18일, 호주 만두라에서 5.15m 크기의 큰입상어 사체가 또다시 발견되었고, 1989년 6월엔 일본 스루가 만에서 살아있는 큰입상어가 포획되면서, 위의 주장은 신빙성이 사라져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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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입상어는 다른 상어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탓에, 지금까지 발견된 수가 300마리도 채 되지 않는 희귀종입니다.

1976년 하와이에서 처음 목격된 기준으로, 2023년까지 280마리 정도가 발견되었으며, 그마저도 그물에 걸려 올라오거나 해변에 좌초된 사체들이 대부분이라 연구하기 어려운 생물이죠.

거기다 낮에는 주로 깊은 심해에서 살다가, 밤이 되어야 플랑크톤을 먹으러 해수면까지 올라오는 특성 때문에, 전체적인 개체수는 물론이고 이들의 서식지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생태와 번식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으며, 전 세계 생물종의 멸종 위험성을 평가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IUCN Redlist) 에도 최소관심종(LC)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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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큰입상어의 정확한 서식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깊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과 필리핀 근처 해역, 대만 화롄현 근처 해역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일본과 필리핀에서는 각각 30마리 이상, 대만 화렌현 근처 해역에서만 150마리 이상의 큰입상어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큰입상어를 처음 발견한 미국에서도 30마리 정도밖에 발견되지 않았으며, 다른 국가들이 1~2마리 정도만 발견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굉장한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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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2일에는 대만 화롄현 앞바다에서 6마리의 큰입상어가 잡히는 일도 있었는데, 이 때문에 현재 대만에서는 이들을 포획금지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현지 어부들에게 있어, 큰입상어는 물컹거리고 맛도 없는 살코기 탓에 잡혀봤자 골치만 아프다고 하네요.

반면 일본식용어도감에는 회, 튀김, 조림, 구이 등으로 조리해 먹은 결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매우 좋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아마 신선도와 조리법 차이인듯 합니다.


여담으로 위의 영상을 보면, 살아있는 큰입상어의 모습은 매우 기괴한 모습의 사체에 비하면 훨씬 둥글둥글하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심해 생물들은 항상 어마어마한 수압에 노출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심해 어류들은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압력을 견뎌내기 위해서 물렁물렁한 뼈와 몸을 지닌 것이 특징인데요.

이로 인해 대부분의 심해 생물들은 갑자기 얕은 곳으로 올라오면 급격한 수압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신체가 변형되며, 부패가 시작된 사체들의 경우 매우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물론 갈치나 돗돔처럼 급격한 수압의 변화에도 신체 변형이 없는 예외 케이스도 존재하며, 살아있는 큰입상어의 역시 시간차 적응을 통해 수압차를 견뎌낼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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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큰입상어를 사육하려고 시도한 수족관들은 일본에 일부 존재하지만, 현재까지 큰입상어를 사육하는데 성공한 수족관은 전 세계에 단 1곳도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1월 14일, 일본 미에현 오와세 시에서 500m 떨어진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큰입상어가 발견되었는데, 연락을 받은 오사카의 대형 아쿠아리움, 해유관에서 녀석을 인수하러 이동했으나, 갑자기 큰입상어가 사라지면서 반입을 실패한 사례가 존재하는데요.

이후 확인 결과, 녀석이 그물 위를 뛰어넘어서 탈출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만약 해유관에서 녀석을 포획하고 운송하는데 성공했다면, 세계 최초의 큰입상어 사육이 이루어졌을텐데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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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입상어는 미스테리한 생태와 기이한 모습, 그리고 엄청난 희귀성으로 인해 많은 해양생물학자들과 상어 마니아들이 보고 싶어하는 환상의 상어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저도 후쿠오카 마린월드 우미노나카미치와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에 전시되어 있는 표본을 본 게 전부이고, 살아있는 개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바다에서 꼭 만나보고 싶네요.

혹시라도 해외여행을 갔다가 바다에서 살아있는 큰입상어를 만난다면, 사진 한 장 정도는 꼭 남겨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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