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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발과 패러다임의 역사_17.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4-01-17 13:52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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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우주개발과 패러다임의 역사


















 



발사는 순조로웠지만, 소유즈에는 문제가 생겼다. 먼저 흑백 텔레비전 카메라가 고장났다. 소련 우주인들은 카메라를 수리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밥먹고 한숨 잔 다음에 다시 해결해보기로 했다. 두번째는, 자기 위해 걸리적거리는 실험용 극저온 냉동고를 해치에 잠깐 놔두려고 했는데, 중간에 걸려버려서 해치를 닫지도 못하고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번째로는, 극저온 냉동고는 냉각을 위해 질소를 냉각제로 사용했는데, 계속 냉매로 쓰는 질소가 아주 약간씩 누출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주 비행사들은 안전을 위해 기압을 높이고 추가 산소를 선체 내에 뿌림으로서 이러한 누출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편안한 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잠에서 깬 승무원들은 먼저 걸려버린 냉동고를 치운 뒤, 미국과 소련 기술진들의 자문을 받아 TV 카메라를 고치는데 전력을 다했다. 특히 미국이 이 일에 꽤 짜증을 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카메라는 상대방을 찍기 위해 있는거지 자기 자신을 찍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유즈의 카메라가 고장난 현재, 기껏 우주까지 나왔는데 자기네의 아폴로 사진은 못찍고 소유즈의 사진만 찍어주는건 배가 아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컬러 TV 카메라는 살아있었기 때문에 소련인들은 다행스럽게도 TV 중계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미국 역시 약간의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미국 우주인들이 몇시간이고 잡으려고 애쓰던 모기 한마리가 언젠가부터 사라지더니 어느새 아예 실종되어버렸고, 식사시간동안 딸기 음료를 실수로 약간 쏟아버렸기 때문이었다. 




1975년 7월 17일 오전 3시 7분. 아폴로에는 유도 시스템의 경보가 울렸지만, 잘못된 경보라는 것이 밝혀졌다.


오전 7시 51분, 랑데뷰를 위한 기동을 실시했다.


오전 7시 56분, 아폴로에서 소유즈를 육분의를 이용해 관측하는데 성공했고, 교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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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튼은 러시아어로 "소유즈, 아폴로. 제말 들리나요? "라고 말했다.


쿠바소프 역시 영어로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라고 대답했다.


슬레이튼:
안녕, 발레리. 어떻게 지내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발레리.
쿠바소프:
어떻게 지내세요? 안녕하세요.
슬레이튼:
훌륭하군. 행복하군요. 좋은 아침이에요.
레오노프:
아폴로, 소유즈. 제 말 들리나요?
슬레이튼:
알렉세이, 잘 들었습니다. 제 말도 들리나요?
레오노프:
정말 잘 들립니다.
슬레이튼:
좋군요.



오전 8시 28분, 소유즈에서 발신형 거리 전송 장치를 가동시켰다. 양 우주선 사이의 거리는 222km였다.


오전 9시 12분, 소유즈와의 도킹을 위해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타원 궤도를 형성했다.


오전 10시 17분, 아폴로는 0.9초간 엔진을 가동시켰고 소유즈의 궤도와 교차시키는 궤도를 만들었다. 양 우주선 사이 거리는 35km 이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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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우주선이 800미터까지 접근하자 양국의 우주비행사들은 해치를 모두 닫고 소유즈는 아폴로측에서 원활하게 도킹을 할 수 있도록 각도롤 조절했다.


약간의 충격과 함께 유압식 감쇠기가 충격을 흡수하며 소유즈와 아폴로는 도킹하는데 성공했다. (작은 문제점이 생겼는데, 아폴로에서 도킹 직후 해치를 재개방하면서 접착제가 타는 냄새가 나서 잠시 임무가 중단될뻔한 사건이 일어났다. 물론, 아무 이상이 없다는게 확인되자 임무는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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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의 승무원들은 도킹 모듈에 들어가 해치를 닫았다. 미국인들이 소유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두 나라의 우주인들은 우주선과 도킹모듈 사이의 기압을 동일하게 만드는 작업을 실시했다. 아폴로에서는 질소 밸브를 열어 대기압을 490mm로 만들었으며, 소유즈는 대기압을 500mm로 줄였다.





7월 17일 오후 2시 17분, 아폴로의 스태포드가 소유즈로 향하는 해치를 열었다. 인류 최초로 두 적대국의 우주인들이, 우주공간에서 만났으며 그 어떠한 적대적 행위 없이 손으로 쓴 환영 메세지와 축하 인사를 받았을 뿐이었다.


양국의 우주인들이 서로 악수를 하고 선물을 교환하기 전에, 양국의 정상들이 쓴 메세지를 서로 교환하는 의례가 있었다. 먼저 소련측에서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레오니드 일리치 브레즈네프의 짧은 연설문이 라디오를 통해 전달되었다.


To the cosmonauts Alexey Leonov, Valeriy Kubasov, Thomas Stafford, Vance Brand, Donald Slayton. Speaking on behalf of the Soviet people, and for myself, I congratulate you on this memorable event. . . . The whole world is watching with rapt attention and admiration your joint activities in fulfillment of the complicated program of scientific experiments. The successful docking had confirmed the correctness of the technical decisions developed and realized by means of cooperative friendship between the Soviet and American scientists, designers and cosmonauts. One can say that the Soyuz Apollo is a forerunner of future international orbital stations.


알렉세이 레오노프, 발레리 쿠바소프, 토마스 스태포드, 밴스 브랜드, 도날드 슬레이튼 우주비행사 여러분, 그리고 소련 국민들을 대표해서 이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에 대해 축하드립니다. 전 세계가 과학 실험이라는 복잡한 계획을 완수하는 가운데 여러분의 공동 활동을 황홀한 관심과 감탄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소련과 미국의 과학자들, 설계자들과 우주 비행사들이 협력적인 우정을 통해 개발하고 실현한 기술적 결정들이 옳았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소유스 아폴로호는 미래의 국제 궤도 정거장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약 9분동안 연설을 시작했다. 원래 나사에서 대통령 각하가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질문 꾸러미들을 만들고 원하는 질문을 고를 수 있도록 했는데, 포드 대통령이 그걸 이해를 못했던지 부하들이 만들어둔 질문들을 전부 해버린 탓에 생긴 대참사였다. 미국인들이 대통령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우주-헤드셋을 3개밖에 챙겨오지 않았기에 우주인들은 미국의 대통령 각하께서 쏟아내는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헤드셋을 서로 돌려야하는 우스꽝스러운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Gentlemen, let me call you to express my very great admiration for your hard work, your total dedication in preparing for this first joint flight. All of us here in . . . the United States send to you our very warmest congratulations for your successful rendezvous and for your docking and we wish you the very best for a successful completion of the remainder of your mission.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노고와 이 첫 합동 비행을 준비하는 데 헌신한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전화를 드립니다. 미국은 여러분의 성공적인 만남과 도킹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여러분의 남은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료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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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양국의 우주인들은 악수를 나눴고, 상징적인 선물을 교환했으며, 기념 명판을 조립했다. 미국의 국기와 소련의 국기가 교환되었으며, 소유즈에서 식사를 한 다음 오후 5시 47분 취침을 위해 미국인들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도킹모듈에서 감압이 이루어지는 동안 약간의 공기 누출이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어 소란이 생기긴 했지만 7시 36분 미국인들은 아폴로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들은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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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양국의 우주인들은 공동으로 다양한 임무를 실시했다. 미국에서야 지금까지 아폴로와 스카이랩을 통해 우주인이 우주에서 다양한 과학실험 시연을 방송해주는게 익숙했지만 소련에서는 그게 흔하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소련 우주인이 방송을 통해 무중력 상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을 해주고 간단한 물리학 강의를 해주는 것에 소련인들은 쇼크를 받았다. 또 미국인들은 소련인들을 도와 그 강의를 영어로 번역해주기도 했고.


단순히 강의만 실시한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지구관측 실험이 있었으며 미리 챙겨간 물고기 알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 역시 진행되었다. 또, 그들은 일부러 도킹을 해제시키고 아폴로가 태양을 가리도록 기동해서 아폴로가 만드는 인공 일식을 관찰함으로서 태양의 코로나를 검출하고 지구에서의 촬영과 비교해서 대기간섭으로 인한 오차를 측정할 수 있게 했다. 또 우주선이 위치하고 있는 궤도의 대기구성을 관측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관측은 아폴로에서 레이져를 쏘아 소유즈에 달린 반사체에서 튀어나온 빛의 파편을 관측하면서 이루어졌으며, 이 실험을 위해 소유즈는 150미터, 500미터, 1천미터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아폴로에 돌아와야 했다.


아폴로와 소유즈가 다시 도킹을 할때 약간의 문제가 생겼는데, 첫번째 도킹과는 달리 두번째 도킹은 좀 엉성했고 도킹 후에도 계속해서 진동이 일어나는 등 관계자들의 불안을 일으켰다. 그러나 여전히 검사결과 도킹 시스템은 안전 범위 내에 있었으며 실수로 도킹과정중 잘못된 엔진을 가동함으로서 진동이 일어났으며 새로운 도킹 시스템이 이러한 도킹중 엔진가동이 일어나도 충격을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을 뿐, 별로 문제가 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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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도킹이 이루어진 뒤, 양국의 우주선은 재진입을 위해, 서로의 우주선들이 실수로라도 부딫히는 일을 막기 위해 다른 궤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소유즈가 먼저 복귀를 시작했다. 7월 20일 오후 11시 37분, 궤도 하강 데이터들이 소유즈로 입력되었으며 정확한 시간과 정확한 분량만큼 역추진이 실시되었다. 생중계를 통해 미국인들은 소유즈가 착륙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으며 그들이 무사히 착륙하는 것을 아직 우주에 있는 아폴로 승무원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아폴로가 재진입을 한 것은 7월 24일이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소련인들이 무사히 착륙한것과 달리, 미국인들은 약간의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우주선이 대기권에 진입하고 속도가 충분히 떨어지면, 지구착륙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주 낙하산이 펼쳐지는 것을 돕는 작은 낙하산 (드로그 낙하산)이 펼쳐져야 하는데 고도 9150미터에서 자동적으로 펼쳐져야할 그로그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폴로의 우주인들은 고도 7310미터에서 수동으로 그로그 낙하산을 펼쳤지만, 그로그 낙하산이 터지자마자 유독한 사산화질소가 재진입선 내부로 뿜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드로그 낙하산이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주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아 우주인들은 추진제 가스와 배기가스로 유사 화생방 훈련장이 된 기체 내부에서 수동으로 주 낙하산을 펼쳐야했고, 착륙과정을 위한 체크리시트를 확인해야했으며, 바다에 착륙했을 때 파도 때문에 우주선이 뒤집혀버리는 바람에 더더욱 고난을 겪어야했다. 가스를 직통으로 맞은 브랜드는 잠시 기절했으며 산소마스크를 쓴 뒤에 겨우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어쨌든 임무는 성공했다. 우주에서 두 적대국이 그 어떠한 적대 행위 없이 평화롭고 과학적인 상호작용을 했으며, 그것을 준비하는데 있어 서로 다른 규격과 단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진보를 이룰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어떠한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슬레이튼은 이후 왼쪽 폐에 종양이 발견되고 모든 아폴로 우주인들은 2주간 병원 신세를 져야했긴 했다) 최초의 국제 우주 프로그램이었으며 그것도 매우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지막의 사고와 더불어 더이상 달에 갈 일이 없다는 이유로 아폴로 프로젝트는 완전히 폐기되었으며, 남은 발사체와 기체는 스미소니언이나 기타 박물관으로 흘러가는, 한 시대의 종말의 아이콘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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