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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참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JR 홋카이도의 처참한 경영실태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3-12-31 01:32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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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87년 4월 1일, 일본국유철도는 9개의 회사로 분할민영화되었다.

권역별로 6개의 여객철도 회사(JR 홋카이도, JR 동일본, JR 도카이, JR 서일본, JR 시코쿠, JR 큐슈), 그리고 3개의 비여객철도 회사(JR 시스템, JR 총연, JR 화물)로 쪼개졌다.

상기의 6개 여객철도 회사 중 동일본, 도카이, 서일본, 큐슈는 빠른 속도로 빚을 갚아 완전 민영화되었지만 JR 홋카이도와 JR 시코쿠는 아직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 가혹한 자연환경


홋카이도의 면적은 남한의 80%나 되는데 인구는 500만명 남짓이다.

그마저도 40%에 육박하는 200만명 정도가 삿포로에 산다.

200만명의 인구는 시내 교통, 기껏해야 삿포로 근교의 통근열차를 이용함을 감안해야 하는데, 그 삿포로 근교 통근열차 구간마저도 적자를 보고 있다.

여기까지 듣기만 해도 이런 환경에서 사기업이 철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안 그래도 인구밀도가 낮은데 JR 홋카이도의 유지비용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존재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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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눈이다.

필자가 작년 이맘때 홋카이도 제2의 도시인 아사히카와역 앞에서 찍은 사진인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3. 광업의 몰락, 지속되는 인구 유출


유바리라는 도시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멜론과 탄광 그리고 부채(빚)으로 유명한 홋카이도의 작은 도시이다.

비단 유바리뿐만 아니라 홋카이도의 많은 마을들이 폐광이 되면서 자연스레 몰락했고, 이는 자연스레 화물 수송량의 감소로 이어졌다.

교통이 나빠지니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한국에서도 많이 본 광경이 재현되었다.


4. 4시간의 벽에 부딪힌 홋카이도 신칸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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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오타루역에서 직접 찍은 사진. '삿포로, 오타루에서 도쿄까지 약 5시간!'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홋카이도 내에서의 수요로는 도저히 답이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결국 혼슈와와 연결을 노린 홋카이도 신칸센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6년 신아오모리~신하코다테호쿠토 구간이 개통하였으며, 신하코다테호쿠토~삿포로 구간은 2031년 상반기에 개통 예정이다.

삿포로~도쿄는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비행기가 오가는 노선으로 확실히 신칸센 완전개통이 되면 그 수요의 상당부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아사히카와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 위의 사진을 다시 보자, 삿포로에서 도쿄까지 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철도 혹은 도로교통이 항공교통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간의 마지노선을 4시간이라고 보는데, 이를 '4시간의 벽'이라고 한다.

공항은 대개 시 외곽에 있고 발권절차 및 보안검색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고속철도로 4시간까지는 철도가 우세, 그 이상은 항공이 우세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만 해도 서울역-부산역이 KTX로 2시간밖에 안 걸리는데도 김포-김해 노선이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된다.

한국보다 더 길쭉하고 교통비도 비싼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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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도쿄에서 하카타(후코오카)까지 신칸센을 타면 5시간이 조금 안 걸리는데 표값은 편도 24210엔이다.

이 때문에 저 구간을 다 타는 사람은 철도에 미친놈 아니면 사실상 없고, 도쿄~후쿠오카 국내선은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노선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세이칸 터널(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터널)에서 열차 증속에 성공하면 소요시간을 좀더 앞당길 수도 있겠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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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JR 홋카이도도 JR 큐슈처럼 양아치짓을 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얘네는 큐슈 신칸센을 뚫을 때 저 아래쪽인 신야츠시로~가고시마츄오 구간을 먼저 만들어버리는 미친 짓을 저지르고, 하카타~신야츠시로 구간은 나중에 만들었다.

하카타~신야츠시로 구간을 먼저 뚫으면 이미 산요 신칸센(신오사카~하카타)하고는 직통이 되어 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신야츠시로~가고시마츄오 구간을 뚫을 때에는 정부 쪽에서 '이미 혼슈랑 연결됐는데 알빠노?' 하고 누워 버리면 JR 큐슈 입장에서는 ㅈ같은, 아니 ㅈ 그 자체인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얘네는 저 아래쪽을 먼저 뚫어 버리고 '야이~ 그래서 산요 신칸센이랑 직통 안 할거야? ㅎㅎ' 하고 역으로 갑질을 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지금으로서는 도쿄에서 열심히 홋카이도 신칸센을 타고 가도 신하코다테호쿠토에 떨어진다.

삿포로까지는 재래선 열차를 4시간 가까이 타고 가야 하고, 하코다테 시내하고도 조금 떨어진 애매한 위치다.

(그래서 지금의 홋카이도 신칸센은 신칸센 주제에 적자가 나는 희귀한 케이스가 되어 버렸다.)

차라리 삿포로~하코다테 내지는 아사히카와~하코다테를 먼저 뚫어버리고 나중에 신하코다테호쿠토~도쿄를 뚫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5. JR 시코쿠와의 비교


앞에서 JR 시코쿠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JR 시코쿠의 상황이 그나마 홋카이도 쪽보다는 낫다.

시코쿠는 인구 자체도 홋카이도보다 적고, 삿포로 같은 대도시도 없고, 관광객도 적은 데다 사철과 경쟁까지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렇다.

(홋카이도의 철도는 사실상 JR 홋카이도 독점이다. 홋카이도의 사철은 이미 망했기 때문이다.)

홋카이도는 제설에 드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시코쿠는 반대로 여름에 태풍과 홍수로 인한 복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결국 엇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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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는 모습이 커여운 JR 시코쿠의 관문인 타카마츠역. 우리가 아무리 삽질을 해도 JR 홋카이도보다는 낫다는 만족감에서 오는 미소랄까... ww)


6. 대응


그래도 명색이 민영화된 사기업인데 JR 홋카이도도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돈 안 되는 선로를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다.

국철 시절에 이미 869km를 정리했고, JR 전환 후에 764km를 정리했는데 지금의 영업 연장이 2500km 가량임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한 수치이다.

이는 영업 연장이 몇 배나 되는 JR 동일본, 도카이, 서일본 3사가 폐지한 영업 연장을 다 합친 865km에 맞먹는다.

멀쩡히 남아 있는 노선도 중간중간 간이역을 폐역시키거나, 태풍으로 선로가 유실된 구간에 대체운송버스를 투입하고 복구를 사실상 포기해 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눈물나는 폐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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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지금 JR홋카이도의 노선도인데

(저기서도 루모이 방면, 무카와 방면의 검은색 선로는 곧 정리될 예정이고, 홋카이도 신칸센 전구간이 개통하면 오타루~신하코다테호쿠토는 일부는 폐선시키고, 일부는 다른 회사로 분리독립시켜 적자를 떠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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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정리하는 것도 한때는 검토를 했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투입하여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보기는 했다.

여튼 이미 줄일 노선은 다 줄였기 때문에 더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남는 적자는 보조금, 국가에 빌려줬다가 받는 이자, 그리고 JR 동일본에 손을 벌려 어찌어찌 해결 중이다...

이쯤되면 지금이라도 동일본과 합병을 하는 것이 맞아 보이는데 과연 동일본에서 하려고 할까?


7. 낯설지 않은 모습


교통 전문가들은 갈수록 지방이 소멸해가는 우울한 현실 속에서 JR 홋카이도의 비극이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한국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에만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모여 살고 있고, 그마저도 대중교통이 철도보다는 도로 우선적으로 짜여진 나라에서 지방의 철도 인프라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 든다.

(한국은 그나마 단일 공기업이라 수도권 및 고속철도에서 나는 수익을 지방으로 분배할 수는 있겠지만...)


일본 최북단의 역인 왓카나이역, 최동단의 역인 히가시네무로역의 사진으로 부족한 글을 마친다.

이 역들이 앞으로도 그 타이틀을 유지하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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