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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머전 러시아 제국군의 '충격군' 전술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3-11-13 01:48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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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대전기 동부전선 소련군 전술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없어도 독소전쟁 관련 책을 좀 보았다면


 충격군(영:Shock Troops 러: ударная армия)라는 단어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임.


 충격군은 말 그대로 적 전선의 취약한 지점을 돌파해 적의 전선과 전술에 충격을 주고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존재하는 병과임. 가장 잘 알려져있는 2차세계대전기 충격군은 소련군의 충격부대이고, 이 부대는 뭔가 시대에 안맞는 듯한 철모와 철갑옷, PPSH(파파샤) 기관단총으로 대표됨.


 소련-러시아 종심작전이론의 핵심적인 부대로, 충격군이 공격부대의 선봉이 되어 적 전선의 취약점을 빠르게 돌파하면, 적이 이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모든 전선에서의 기만/포격/조공(條攻)/협공을 통해 적의 대응을 지연시키며 결과적으로 넓은 면(面)으로 되어있는 전장에서 점(點)으로 된 적 부대를 포위한다는게


 뭔가 너무 쉽게 설명한 감이 있고 나보다 더 잘 설명할 갤러들이 많겠지만 아무튼 종심작전이론의 기반임.


 충격군이란 개념과 전술적 의의는 소련과 그 영향을 받은 동유럽 및 공산권의 여러 나라 군대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대표적으로 돌격소총/전투소총의 보편화 이전 '기관단총만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돌격부대'의 편성이 있음. 보통 서구권이나 독일군 군대에서 영국 코만도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기관단총은 잘 쳐줘도 분대장/부분대장의 화기지 모든 소대원들의 화기는 아닌데, 모든 소대원을 기관단총으로 무장시키고 기관총/볼트액션 소총 부대의 지원아래 소대 전체가 돌격한다는 개념은 주로 공산권에 있는 편임. (영국에서도 스텐의 비중이 유독 높은 분대나 코만도등의 사례가 있긴 한데, 특수부대가 아닌 일반적 부대에 이런 기관단총 돌격소대를 가장 보편화한건 대체로 공산권)



 근데 종심작전이론을 체계화해 2차대전에서 써먹은게 소련의 군사학자들─마르크스주의 이론과 군사이론을 어떻게든 결합하려 한─이고


 심지어는 종심작전이론이 '마르크스주의 작전이론'이라고도 불리다보니 간과하기 쉬운 점인데


 2차대전에서 바그라티온 작전등의 선봉을 맡아 소련 및 연합군 전체를 승리로 이끈 러시아의 '충격부대' 개념은 사실 공산화 이후 소련이 아닌, 1차세계대전 당시 제정 러시아군에서 나온 개념이었음.


 널리 알려진 독일의 돌격대(Storm Troopers)와도 인연/악연이 깊고 서로 영향도 주고받은 제정 러시아군 충격부대 전술은, 되려 스탈린 시기 대숙청을 통해 퇴색된 감이 있을 정도로


 여러 면에서 열악하던 제정 러시아군이 독일과 맞서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을 압도하게 해준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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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낙지들이나 쓸법한 해골깃발로 대표되는 제정 러시아군 충격부대는, 처음엔 200년도 더 전 표트르 대제 시절부터 존재하던 척탄병(гренадер) 및 공병(инженер)의 개념을 하나로 합치거나, 기존 척탄병 개념을 더 발전시킨 것으로 출발했음.


 정확히 이들은 1머전 러시아군 최고의 쾌거이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박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유명한 브루실로프 공세(Брусиловский прорыв)를 준비할 때 브루실로프 장군 및 여러 진취적인 성향의 장군 및 장교들이 준비한 비밀병기였는데, 브루실로프 공세의 핵심부터가


 1. 항공정찰로 오헝군 참호선의 취약점을 파악한다.


 2. 그 취약점에 집중포격을 가한다.


 3. 밤 0시에 기습적으로 취약점에 정예부대를 들이밀어 오헝군에게 혼란을 주고 결과적으로 포위섬멸한다.


 였으며, 여기서 3.을 담당할 부대가 바로 제정 충격군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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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충격군 및 충격부대 전술의 아버지라고 불러도 무방한 플레베(영:P. A. Plehve 러:Пле́ве) 보병 사령관이 6월에 펼쳐질 브루실로프 공세에 앞서 4월 10일 모든 보병부대에 하달한 231번 명령으로, 모든 러시아군 중대는 "폭격부대"란 돌파부대를 편성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10개가 넘는 수류탄과 도끼, 야전삽, 철조망 절단기로 무장하고 오헝군의 방어선을 가장 먼저 파괴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음.


 플레베의 '폭격부대'는 기존 러시아군의 '척탄병'과 비슷하면서도 차별점이 많았는데,


 1. '척탄병'은 전열보병 시대부터 있던 전통적인 병과로 못해도 중대~대대 단위로 편성되었지만, '폭격부대'는 더 세분화되어 소대 단위로 편성, 정확히는 기존 경직된 전술을 가지고 있던 제정 러시아군이 소대 단위로 세밀화된 전술을 펼치는 시발점중 하나였음.


 2. 척탄병은 일반 보병들과 다를바 없는 긴 소총(1머전때 그 이론상 사거리 1km는 찍는 장총 생각하면 됨)으로 무장했지만, 이들은 기병용 짧은 총(오늘날 흔히 카빈이라고 부르는)으로 무장하거나 심지어는 주무장 없이 권총만 든 병사도 있었고, 대신 몸을 가볍게 해 빈 무게를 10개가 넘는 각종 수류탄, 철조망과 방어벽을 뚫을 여러 공병장비들로 채웠음.


 3. 폭격부대는 기존 척탄병보다 더 다양한 수류탄을 사용했는데, 기존 대인용 파편수류탄뿐만 아니라 방어 구조물을 파괴할 집속수류탄, 짧은 사거리를 보완하고 적과의 거리를 좁히게 해주는 연막수류탄등을 사용했고 용도에 맞게 다양한 무게와 파편량을 지닌 수류탄을 보급받고 그 사용법을 훈련받았음. 종합적으로 '폭격부대'란 이름 그대로 이들은 보병 1명당 보유하는 수류탄만 10개~20개에 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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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벌어진 결전의 브루실로프 공세에서, 이들은 아군 항공대가 적 취약점을 파악하고 그 취약점에 포병이 집중사격을 가한 직후, 아군 탄막에 가까이 따라붙어 적에게 돌격했음.


 우선 연막탄으로 적의 시야를 가리고, 집속수류탄으로 적 방어선을 파괴한 뒤 아군 보병의 진격을 위해 혹시 남은 철조망이나 방어구조물이 있다면 철조망 절단기와 도끼로 때려부쉈음.



 폭격부대의 편성은 브루실로프 공세에서 러시아군이 오헝군을 박살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브루실로프 공세 후기 오헝군보다 더 잘 훈련된 독일군과 맞붙으면서 이들 '폭격부대'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었음.


 1. 같이 편성될 박격포/기관총/화염방사기와 같은 중화기 부대원이 없었음. 때문에 일단 전선을 돌파하면 자체 화력으로 맞서싸워야 하는 이들 돌파부대 입장에선 재수가 없어 아군의 조공이 빨리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카빈과 권총으로 적과 교전해야하는 상황도 나왔음.


 2. 포병부대와 따로 편성되었고, 독일군 돌격대와는 다르게 자체 보병포 부대가 없었음. 아무리 수류탄을 많이 챙겨도 결국 장거리에 있는 방어구조물을 가장 잘 부술 수 있는건 경보병포라도 포병인데, 이들은 자체 보병포를 운영하지 못해 수류탄을 다 쓰면 돌파에 애로사항이 꽃피었음.


 3. 자체 통신능력이 부족...라기보단 아예 없어 일단 적진을 돌파하면 그 뒤에 아군이 잘 따라와 협공을 해줄지 아니면 아군이 지연되어 빨리 퇴각해야할지 판단할 수 없었음. 근데 이건 폭격부대만의 문제가 아닌 제정 러시아군 전체의 만성적인 문제였고 1머전 끝날때까지 해결을 못한 거라서 뭐.


 4. 보병 1명에게 집속수류탄 포함해 수류탄을 10개~20개나 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였음. 위 자체화력의 문제로 수류탄을 이렇게 많이 챙겨준 감도 있는데 결과적으론 이동속도의 저하등의 문제가 발견됨.



 다행히 브루실로프 장군의 제정 러시아군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일시적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현장 병사들의 '폭격부대의 손실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증언을 잘 수용, 이전 공세에서의 교훈을 받아들여 동년 말 9군 646번 명령을 통해 같이 편성할 중화기 운용조의 창설, 수류탄 개수를 7~8개로 축소 등 기존 폭격부대의 전술을 개량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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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로도 잘 알려진 독일군 돌격대와 치고받고 한편으론 그들의 전술에 영향도 받으면서 1917년 초엽 제정 러시아군 충격부대의 틀이 완성됨.


 이들 '충격부대'는 이전 폭격부대처럼 기존 중대원중 체력이 높은 이들을 차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독일 스톰트루퍼처럼 별도의 빡센 훈련을 거쳐 완성되었으며, 훈련을 마치고 지급되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Adriana라는 철모는 이들의 상징이 되었음.


 좋든 싫든 독일군 돌격대의 영향을 받아 전술을 발전시켜 나중에는 경보병포도 같이 편성되었고, 특이하게도 미국에서 수입한 산탄총을 돌격할 때 사용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함.



 별도의 훈련을 통해 완성, 중화기와 경보병포의 지원, 돌격용 무기(기관단총/산탄총)의 개발등 이들 입장에선 기분나쁘게시리 독일 스톰트루퍼랑 비슷한 점이 많았지만 전술이란게 수렴진화하는거다보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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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훌륭한 충격부대를 편성하고 전술을 발전시켰지만 문제는 뭐다? 그 후 나라는 망했고 공산화되었다.



 그래도 이후 붉은 군대 장교중 유능한 이들이 제정 러시아군의 '충격부대' 전술을 보존해 나중에 종심작전의 핵심이 될 '충격군'의 발전에 이바지, 대조국전쟁의 승전에 기여한건


 플레베 장군과 충격부대 아버지들에게는 자랑할 만한 거라 하겠다.







군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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