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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의 증명, 러셀의 "수학 원리"에 대한 10가지 사실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2-12-07 01:28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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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이 왜 2인지 알고 있음?

누군가가 이걸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걸 떠올릴 거야. 그 괴상한 거.

어렸을 때 수학귀신을 봤다 하더라도 그 파트 하나는 기억에 남겠지.



1+1=2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 적어놓은 괴상한 기호뭉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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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게 수학 원리 - principia mathematica - 에서 나온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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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지루해져선 안되니까 이 책에 대해선 10줄요약으로 대체하겠음.


- 화이트헤드와 유명 철학자인 러셀이 쓴 책이고,

- 20세기 초반 전과 비교하여 논리학이 이렇게 혁신을 이뤄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책이고,

- 현대 수학 전체를 논리로 설명하려는 첫째 시도를 보여줬음과 동시에,

- 세상을 논리로 설명하려고 했던 위대한 시도, 꿈을 보여주려는 책이지만,

- 작업하는 데 1903년부터 1913년까지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약 10년간의 기간이 걸린 책이고,

- 출판사가 저자들 스스로 인쇄비를 대 줘야만 출판할 수 있다는 굴욕을 겪었고,

- 러셀 스스로도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은 6명 정도밖에 안 될 거라고 자조한 굉장히 어려운 책이지만,

-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아 논리학은 물론이고 수학계, 철학계에도 영향을 미쳐 분석철학이라는 한 조류를 만들고 컴퓨터의 탄생의 기여를 했다고도 평가받으며,

- 비엔나 학파라는 철학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학파에게 매우 중요한 책이라고 평가받던 책이면서,

- 그 명예는 지금으로까지 이어져 Modern Library 선정 세계 100대 논픽션 북에 선정되기까지 한 책임.







이 책에 대해서 좀 흥미로운 점이나, 통속적인 담론과는 다른 사실들이 많아서,

10가지 사실로 추려서 좀 이야기해볼까 함.















1. 1+1=2의 증명이라 하는 것은 사실 1+1=2의 증명이라 하기 뭐하다


저기서 보이는 Theorem 54.43이 1+1=2의 증명인 것은 맞긴 함.




그런데 이것은 사실 수학 원리 자체의 목표에 대해서 약간 미스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음.

수학 원리의 목표는 수학 전체를 논리학으로 환원하는 것임.

그리고 이를 위해서 논리학 전체를 가장 근본적이고 단순한 것에서부터 쌓아나간 것임.


그러니까, 수학 원리가 원하고자 한 건, 1+1=2의 증명일 뿐만 아니라,

"1"과 "2"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는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증명하고, "="도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증명하면서,

"1"과 "2"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는 또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증명하는 것임.


화이트헤드와 러셀은 이 수학 기호를 위해 집합과 명제를 썼음.

너가 수학 공부하면서 "집합"과 "명제"라는 말이 나왔다면 그 이유가 바로 이 책 때문임.

명제가 무엇이고, 명제의 성질들이 뭐가 있는지 다 만들어갔고, 수학을 명제로 구성할 수 있게 베이스를 다 깐 거임.

저기 위에 54.43이라고 써진 걸 봐봐. 이건 그 명제의 번호 이름인데, 그 전에 1부터 53까지도 이런 Theorem들로 가득차 있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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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54.43을 위해 51.231도 쓰고, 13.12, 11.11, 11.35 등을 썼고, 그 각각의 정리들도 또 예전의 정리들로부터 증명했던 것임.

이를 위해서 이 책은 무려"기호를 쓰는 것을 옹호하기 위한 몇몇 주장"부터 시작함. 기호를 쓰는것조차 정당화하고 싶었던 것임. 그리곤 앞으로 쓸 몇몇 기호를 정의한 뒤에,

그 뒤에 몇몇 명제로부터 시작해서 propositional logic(1-5), predicate logic with equality(8-14), introduction to Classes(set)(20), introduction to Relation(sets of ordered pairs)(21)까지 도입하고,

그 뒤에 이 Class, 집합들을 위한 함수 개념을 구성하기 위해 reducing mathematical functions to “functional relations”(22-30), “relations” as “relations in extension”(30-38), restriction(35), Products and Sums of Classes of Classes(40)를 도입한 뒤에,

무려 51이 되어서야 수, 그러니까 number를 정의하려고 시도하고, 52가 되어서야 "1"이 무엇인지를 정의함.

그리고 이 모든 게 이뤄진 뒤에 그제서야 나온 게 54.43, 1+1=2의 증명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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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원리는 이후에 축약본, 요약본으로 책이 나옴.

거기서는 이 책을 56까지만 두고 있음(원 책은 375까지 있음). 그러니까, 56까지만 봐도 된다는 것임.

56에서 나오는 내용은 뭐냐? "2"의 성질이 무엇인지를 증명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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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56의 끝, 요약본에서는 여기에서 내용이 끝난다는 것임.



그래서 이게 무슨 말하려는 건지 알겠음?

Theorem 54.43이 1+1=2의 증명인 것은 사실 이 책의 목표를 생각할 때 약간 빗나간 말임.

54.43뿐만 아니라 그 전에 있는 모든 정리가 사실상 수학을 논리로 정초하려는 시도의 일부인 것임.

그러니까, 54.43과 그 전까지 적혀 있는 이 책의 379쪽 전체야말로 1+1=2의 증명이다 - 라고 하는 게 더 올바른 말임.




예를 들어볼게.

시계 부품을 조립해서 완성체로 만드는 것 하나만 보여준 거나 다를 바 없음.

그에 반해 이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가 하려는 목표는 그를 위해 시계 부품을 만들고, 그 전에 시계 부품을 어디에 차곡차곡 두는지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시계 부품에 들어가는 철강을 직접 대장장이가 되어서 제조한 뒤에 직접 광부가 되어서 철을 캐내는 것까지라 할 수 있음.


그냥 자연 그 자체에서 시계를 만들어내는 게 이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의 목표라고 생각하면 도움됨.















2. 저 증명은 사실 1+1=2의 증명이 아니다




그런데... 사실은, 저 54.43은 1+1=2의 증명이 아님.

이게 ㅅㅂ 뭔 말이냐고 할 거 같지만 일단 들어봤음 함.


저기서 정의한 숫자는 전부 "서수ordinal number"라고 하는 것이라 아님.

그에 반해 우리가 쓰는 수는 "기수cardinal number"라고 불리고, 이 증명은 수학 원리 책의 나중에 나옴.


서수는 뭐고 기수는 뭐냐? 그냥 답하기엔 너무 복잡해서, 그냥 역사적 설명으로 대체하겠음.

원래는 누구도 이 두 가지 수의 개념을 구분하려고 하지 않았음.

그러다 19세기에, 칸토어라는 사람이 그 당시 수학의 몇몇 문제들을 푸는 데 무한의 개념이 진지하게 필요하다는 걸 보임.

그래서 칸토어는 무한이라는 개념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잘 알려진 집합론을 도입함.

여기서 유한한 수를 세는 것은 똑같지만, 무한한 수를 세는 경우 다르게 행동하는 숫자를 보여냈고, 이를 서수와 기수라고 나눴음.

서수가 좀 더 집합론에 친화된 수라고 보면 되고, 우리가 쓰는 수인 기수는 좀 덜 그렇다고 봤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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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와 러셀은 서수와 기수 중에서 서수의 성질을 일단 다 논리로 구성한 뒤, 기수를 그 뒤에 쓰기로 함.

54.43은 서수로서의 1+1=2의 증명이고, 그 뒤에 수학 원리 1권은 전부 Ordinal Arithmetic만을 씀.

그 뒤에 2권이 되어야 Cardinal Arithmetic을 쓰고, 110이 되어서야 "+"를 진정으로 정의함.

그래서 사실 진짜 1+1=2의 증명은 200여쪽 더 뒤에 있는 110.643임...















3. 이 책은 3명만 읽은 책이 아니다.




자... 이제부턴 어려운 말은 별로 없을 거니까 좀 마음 풀어줘.


이 수학 원리 - principia mathematica 에 대해서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은 러셀과 화이트헤드와 괴델뿐이다" 라는 말이라던가,

"거의 그 누구도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말이 나도는데,

사실은 많이 틀린 말이라 할 수 있음.


이 책은 정반대로, 그 당시 학계를 충격에 빠뜨리게 한 책임.

왜냐면, 그 전까지는 프레게로부터 시작한 현대논리학이 제대로 못 평가받았는데,

이 책은 그 현대논리학의 힘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었음.


이 책은 수학계에서 충격을 줬음.

그 전까지의 수학에서의 반응은 "수학이 아무리 논리처럼 보인다 한들 논리학으로 구성될 수는 없다"가 대세였는데,

이 책은 그 말을 완전히 반박해버리는 물건이었거든.


그리고 철학계에서도 이 책은 굉장히 인기를 끌었음.

그 당시 철학계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과학의 발전에 자기를 바꿔야 한다는 불안감에 빠져 있었고,

여기서 에른스트 마흐로 대표되는 과학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실증주의 학파가 유행했는데,

이 책은 이들의 입맛에 딱 어울리는 책이었기 때문임.


그리고 이 책은 모리츠 슐릭이 창설한 굉장히 영향력 있던 빈 학파를 만드는데 기여했지.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마저도 "의심할 나위 없이 이 책은 내 손 안에 들어온 수학의 형성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라고 했음.


1권만 관심을 가지고 2권과 3권에 관심을 안 가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함.

하지만 그 당시에 3권까지 읽은 사람들도 많았음.


러셀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함. "2권과 3권을 읽은 사람을 딱 여섯 명 알고 있었는데 그중 세 명은 폴란드인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히틀러에게 제거된 것 같다. 나머지 셋은 텍사스 사람인데 나중에 사회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그런데 사실 알프레드 타르스키도 있고, 적어도 폴란드인 유명 논리학자인 Chwistek, Leśniewski도 살아남았고, 뭐 이런 거로 볼때 이건 사실 그냥 드립인듯함. 러셀은 그 당시에 유머러스한 말을 많이 했거든.















4. 이 책은 러셀이 쓴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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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원리가 명성을 한창 얻던 어느 때, 뉴스 기사 하나가 나왔음.

신문기사에선 "러셀이라는 이 시대의 중요한 철학자가 수학 원리라는 책을 썼다" 따위의 평범한 글이 적혀 있었다 함.


러셀이 이 기사를 보자마자 노발대발 분노하며 당장 신문 발행을 그만두고 수정하라고 했다 함.

왜 그랬을까?




이유는, "이 책은 러셀만이 쓴 게 아니라 화이트헤드와 공저한 것이기 때문".

그 신문기사에선 화이트헤드에 대해 전혀 적혀 있지 않았던 거지.


현재를 봐도, 이 책이 알려지는 방식을 보면 러셀은 잘 나와도 화이트헤드와 공저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 것 같음.

실제로 화이트헤드는 나쁜 지도교수마냥 proofreader 역할만 하고 이름만 붙인 역할이 아니었음.

수학 원리라는 이 책의 독창적인 방식, 그러니까 "ramified type theory에 환원 가능성 공리를 추가"한다는 발상으로 글을 쓰기 전까지 그 몇년동안 논리학 초안들을 구성하다가 다시 갈아엎는 것을 반복했는데, 이때 러셀과 화이트헤드가 계속 같이 작업을 했고,

정수환과 유리수체, 실수체 구성을 다루는 수학 원리의 3권은 오직 화이트헤드만이 담당했다는 썰도 있음.



사실은 좀 신기한 점이지. 책 표지에서 러셀과 화이트헤드 중에 더 위에 나와있는 사람은 화이트헤드고,

학계에선 이 위치가 앞에 있을수록 더 중요한 권위에 있다고 말하니까.















5. 이 책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 책이 어려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구시대적인 노테이션 때문임.

노테이션이 뭐냐면, 기호 표기하는 방법을 뜻함.

그래서 논리학 철학이나 수학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걸 보여주면 이해 못하겠다고 하는 것임.


그 당시엔 논리학의 모든 노테이션이 모조리 없던 상태였고(당연히),

그래서 공집합을 Λ로 두는 등 수많은 곳에서 지금과 다른 점을 보임.

그러면 노테이션을 현대화하면 어떻게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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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됨.

자, 아직도 기호뭉치이긴 한데,

이과생이라면 이걸 볼때 "응?" 거릴 거라고 봄.

그렇게 막 초월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거든.















6. 이 책은 진짜로,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 책을 공부 안하는 이유는 어려워서가 아니라 시대가 지났기 때문임.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라는 말은 절대,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음.

사실 노테이션만 알면 굉장히 차근차근히 정리를 제시하는, 어렵지 않은 책이라 할 수 있음.


내가 56까지 진행한 바로는,

흔히 수학과 학부권에서 아주 어려운 책으로 알려져 있는 Serge Lang의 Algebra보단 확실히 쉽고,

아무리 봐도 그냥 어렵다고 평가받는 Rudin의 RCA보다도 더 쉬운 책인 것으로 보임...

또한, 철학 권에서도 봐도 이 책보다 더 어려운 책들이 있음.

하다못해 같은 화이트헤드가 쓴 "과정과 실재"란 책이 이 책보다 더 어려운 것 같음.















7. 수학 원리 4권이 있을 뻔했다




4권이 있을 뻔했고, 4권은 기하학을 주제로 다루려고 했음.

그런데 왜 안 나왔느냐?






"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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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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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이트헤드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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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지난 7시간동안 잘 쉬었나? 오늘도 할 일이 많다네. 이번에는 수학 원리 4권을 기획해볼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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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화이트헤드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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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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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너무 힘든 것 같고 고된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간 이 작업을 해오면서 행복했던 적이 아예 없다시피 하는 것 같습니다."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분명 이쪽에 병이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여기에 쓸 수 있는 것을 떠올리면 조증 증세가 막 나다가 다시 꺼지고, 그러면 한도 끝도 없이 우울해집니다."

"일이 안 풀릴 때는, 지나가는 열차를 보면서, '내일은 꼭 저 열차 밑에 드러누워야지'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지난 10년간 이 작업을 해오면서, 즐거웠던 날은 한달 내지 두 달밖에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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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만."

"이번 4권의 주제는 기하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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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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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혹시 점에 대해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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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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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point. 기하학에서 쓰이는 0차원의 대상 말이네. 유클리드 기하학에선 이걸 증명의 대상으로 두지 않고 '무정의 용어'라 해서 그냥 사용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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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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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번 점에 의존하지 않는 기하학을 구성해봤으면 하네. 난 언제나 점이 과도하게 추상화되었다고 생각했네."

"점보다 더 근원적인 것을 두고 거기서부터 기하학의 대상을 증명했으면 좋겠네. 점은 지금처럼 무정의 용어가 아니라 나중에 증명 대상이 되는 걸세. 이렇게 하면 더 엄밀하게 기하학을 증명할 것 같은데, 같이 해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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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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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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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4권은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의견 차이로 만들어지지 못했고, 결국 수학 원리에서 기하학은 이뤄지지 못한 채 3권으로 남았다 함.















8. 이 책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이 책이 이렇게나 논리적인 것처럼 보여도, 비논리적인 면이 있었음.

그러니까 다시 말해, “완벽한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임.


그리고 그런 문제점은, 유명한 괴델의 비판 그 전에도 있었음.



첫째로, 무한 공리와 선택 공리를 논리학의 기본 법칙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선택 공리가 무엇인지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설명 안하겠음. 대신 무한 공리만 말함.


어떤 것이 무한함을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인가가 엄밀하게 무한함을 밝히기 위해선 “적어도 한 무한집합이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필요한데,

이 명제는 다른 논리학의 기본 법칙들로 도출해낼 수가 없음.

그런데 이러한 무한성이 실수를 구성하는 데에 꼭 필요한 상황.

화이트헤드와 러셀은 그래서 이 명제를 그냥 공리로 두었음.

논리를 최대한 추구하려고 했던 이 책을 생각하면 어떤 허점인 편이지. 그래서 이 점을 비판한 철학자와 수학자들이 있었음.



둘째로, 이보다 더 문제가 심한 공리가 하나 있었음.


화이트헤드와 러셀이 쓴 ramified type theory는 그들이 그 전까지 쓰려고 했던 다른 논리학 이론의 다른 점들을 확실하게 보완할 수 있었지만, 큰 단점이 하나 남았음.

이 ramified type theory는 어떤 역설을 일으키는 명제 몇몇을 막기 위해 어떤 제한을 걸었는데, 그 중에서 “공집합이 아닌 상계를 지닌 실수의 집합은 모두 최소 상계를 갖는다” 같은 명제도 정식화할 수 없게 제한을 걸어버림.

자, 지금 저 명제는 일반인들이 보기엔 어려워 보일 수 있겠지만, 수학을 조금 공부해보았다면 저 명제가 굉장히 중요하면서 근본적인 명제임을 알 거임. 저 명제가 없으면 해석학의 중요한 정리인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를 쓸 수가 없을 거임. 이과생이라면 중간값 정리는 알 거 같은데, 그거 엄밀하게 증명하려면 저 정리가 필요함.


그래서 그들은 이것에 대한 보완책을 세움. 그것이 바로 “환원 가능성 공리”라고 하는 것.

“높은 형의 임의의 명제는 1형의 한 명제와 동등하다”라고 하는데, 이걸 그냥 공리로 둔 거임.


환원 가능성 공리가 뭔지 설명하는 대신 비유를 들어보겠음. “이 세계를 지키는 것은 코끼리입니다. 이 세계 아래에 코끼리가 있어서, 세계를 받춰주기 때문에 이 세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코끼리 발 아래엔 무엇이 있습니까?” “거북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거북이 아래엔 무엇이 있습니까?” “또 다른 거북이입니다.” “그 아래에도 거북이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한 거북이가 조금이라도 다르게 행동한다면 모든 거북이와 코끼리와 세계가 무너지는 것 아닙니까?” “그러지 않습니다. 모든 거북이는 코끼리 바로 아래에 있는 거북이와 똑같이 행동합니다.” “어찌 그렇습니까?” “어찌 그렇다니요? 당연하잖아요.”


프랭크 램지라는 사람은 “그런 공리는 수학에서 설 자리가 없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증명되었다고 전혀 볼 수 없다”고 했음.

헤르만 바일은 “논리학의 근본 법칙이라고 하기엔 아주 강력하다못해 환상적인 공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는 그것에 대한 정당성이 거의 없는데, 논리학자의 파라다이스에는 아무래도 그런 게 있는 거 같다” 라고 아예 조롱하기도 했음.

푸앵카레는 이 공리는 대체 다른 공리와의 무모순성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 꽤 예언 조에 가까운 - 말을 하기도 했음.


그래서 수학 원리는 제 2판에서 이 부분을 수정했음. 이 공리를 언급하며 "이 공리는 순전히 실용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바라는 결과 이외는 아무것도 이끌어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종류의 공리는 아니다"라고 시인하다시피 하며, 환원 가능성 공리를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방식으로 했는데, 이건 이것대로 문제가 산재했음.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1+1=2인 걸 환원 가능성 공리 없이 증명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에 가까웠거든.















9. 화이트헤드는 완전 틀었다




이 책, 수학 원리를 쓴 화이트헤드와 러셀 중에서, 러셀은 그 뒤로도 수학 원리를 계속 옹호하고, 논리학은 그 이전의 철학을 대체할 것이고, 인간의 사고 능력과 과학 기술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논지를 계속 펼쳤음.


하지만 화이트헤드의 태도는 이 책을 쓴 이후로 많이 달라졌음.



분명 화이트헤드도 러셀도 이 책을 쓰기 전까진 논리학의 일반성과 보편성을 과신했을 것임.

적어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책을 쓰는 데 10년이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절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1+1=2를 증명하는 데 300쪽인지 500쪽인지나 써야 할지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뒤에도 몇몇 공리와 의문스러운 몇몇 방식들이 걸려 아직도 태클이 걸릴 것이라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것임.


그는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이런 연유로 - 괴델이 그 일을 저지르기 전에 이미 - 철학의 목적은 논리학에 있지 않다는 논지를 펼치고, 나중에 1927년 “과정과 실재”라는 글을 쓰면서 아예 러셀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변을 사용한 철학을 펼침.


거기서 나오는 말을 하나 인용하겠음. 얼마나 생각이 달라졌는지 볼 수 있을 거임.

“철학은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왔다. 즉 철학의 방법이라는 것은 명석판명하고도 확실한 전제를 독단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나아가서 그러한 전제들 위에 연역적 사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일반성을 정확히 표현한다는 것은 논의의 목표이지 그 출발점은 아니다. 철학은 수학의 본보기로 말미암아 오도되어 왔다. 수학에서조차도, 궁극적인 논리적 원리에 관한 진술에는 아직도 극복할 수 없는 난점이 따르고 있다.”


수학에서조차도, 궁극적인 논리적 원리에 관한 진술에는 아직도 극복할 수 없는 난점이 따르고 있다”라…















10. 괴델이 한 것




사실 저 위에 있는 램지나, 바일이나, 푸앵카레 같은 사람들도 이 책이 정말 그렇게 완벽한 책이 아님은 알고 있었음.

특히 일관성, 무모순성 문제가 그렇지.

하지만, 여기서 괴델이 한 일은 정말 핵심을 찌르는 것임.



완전성의 문제라고 해서, 간단히 말해 “모든 참인 논리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고 모든 거짓인 논리 명제가 거짓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임. 이걸 증명해보려 한 거지.

괴델의 정리가 유튜브에도 나오는 지금은 이것부터 먼저 가르치니 별거 아니라 느껴지지만, 이게 굉장히 비수를 찌르는 생각이었음.

수학 원리를 어떻게 구성하겠다고 스케치한 러셀의 예전 책 “수학의 원리The Principles of Mathematics”은 1903년에 나왔고, 수학 원리 principia mathematica 는 1910년부터 1913년부터 나왔는데, 괴델이 완전성 연구를 실행한 건 1929년이니까, 한 30년의 간격이 있는 거임.

그 동안 아인슈타인과 힐베르트, 폰 노이만을 포함한 수많은 천재가 있었는데 이 완전성이란 맹점을 생각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괴델이 이 근본적인 성질을 생각한 것은 그가 진실로 천재라는 점을 보여준다 할 수 있겠지.


괴델이 보여준 것은 두 가지가 있음.

첫째는, 간단히 말해, 이 수학 원리 책의 체계를 포함한 수학을 다루는 체계는, 전부 완전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임 - “참이나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있다고 제시한 것임.

둘째는, 간단히 말해, “‘수학 원리의 체계 혹은 수학을 다루는 체계’의 무모순성”이, 바로 그 “참이나 증명할 수 없는 명제”에 속한다는 것임.


(이 글을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알지 못한 채 읽고 있다면 괴델이 무엇을 했는지는 꼭 다른 글이나 영상이나 책을 가지고 읽기 바람. 나보다 더 능력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잘 설명했음. 이 증명은 이 증명만의 중요한 내용이 있음. 지금 저 위의 설명은 나무위키보다도 더 정확도가 낮음)



많은 사람들이 이 정리를 두고 “수학 원리”를 침몰시킨 존재라고 하던데…

솔직히 그게 맞는 말인지 잘 모르겠음.

물론 수학 원리의 목표였던 논리주의는 이 정리로 말그대로 history, 더 이상 연구주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되긴 했지.

하지만, 애초에 이 책이 수학을 논리학으로 구성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수학에서의 사유 과정을 기호로 표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괴델의 정리가 나오는 그 논문은 아예 쓸 수조차 없었을 것임.

또한 수학 원리와 동시에 괴델에 관심가진 튜링과 처치 같은 사람이 컴퓨터를 고안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 기호뭉치에 누구도 안 볼 거 같은 책은 Hao Wang 같은 초기 컴퓨터과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음. 이 책의 극단적인 기초부터 지난하게 진행되는 정리들의 나열들이 고급증명기계나 다를 바 없던 초기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짜낼 대상으로 정말로 잘 어울렸거든.

그래서 그런지 피터 왓슨은 수학 원리를 두고 소프트웨어의 할아버지라고 했고.

이렇게 보면, 정반대이지 않을까.

우리는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의 유산에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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