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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라거 맥주 이야기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2-06-29 08:14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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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을 쓴다고 책도 몇권 좀 읽고하면서 라거 역사를 재정립했는데


내가 아는거랑 꽤나 많이 다르더라고...


사실 이전에 맥주 역사 같은거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서 얼추 얘기를 건너 듣다보니


더욱 머리속에서 시열 정리가 안되어서 그랬나 싶었음.


여튼 좋은 것은 나누는거니


간략하게 써보는 라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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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거란?


일단 여기서 라거를 정의하고 가자.


오늘날 라거라고 하면 Saccharomyces pastorianus 효모로 발효된 맥주를 라거라고 하지만


대부분 라거 맥주라고 하면 이를 의미하는건 아닐거임.


예를 들어 발틱 포터도 라거지만 보통 라거 맥주라고 안하고 발틱 포터라고 굳이 명시하자너.


이 글에서 의미하는 라거는, 오늘날 라거하면 대부분 떠올릴 황금빛에 투명하고 깔끔한 맛을 지닌 라거 효모로 발효된 맥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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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거 이전의 시대


맥주하면 라거를 다들 떠올리고


나머지 색있는 맥주들이 이레귤러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사실 라거 맥주는 등장한지 이제 200년쫌 된 맥주계의 씹뉴비고


그 전에 맥주하면 흑맥주가 기본이었음. 


괜히 영국에서도 굳이 페일 에일을 '밝은 맥주' 라는 이름을 붙혀 명시하던게 아님.


나머지 맥주가 다 시꺼머니까 굳이 밝은 애를 밝다고 하는거지.


흑맥주가 기본이었던 이유는 맥아를 굽는 기술 때문이었는데,


오늘 날에는 맥아를 고온의 바람을 통해 말리는데, 과거 이런 기술이 있을리가 있나.


그냥 불로 조져서 맥아를 구워냈음.


그렇다보니 화력 컨트롤이 안되어서 새까매졌고


보통 나무를 땔깜으로 이용했기에 나무의 향이 맥주에 배이게됨.


그러니까 요즘은 라우흐비어라고 하는게 맥주의 근본이고


진짜 고전적인 맥주 따라하려는 양조장들은 대부분 검은 맥아 + 훈연 맥아 + 브렛으로 맥주를 만들어냄.


이게 옛날 맥주의 기본이었음.







3.라거 이전의 라거


그러면 황금빛 깔끔한 맛의 라거가 탄생하기 전에 라거는 없었냐? 그건 아님.


당연히 라거라는 단어는 그 전부터 잇었는데, 바이에른 지역에서 만들어지던 지역 맥주에 가까웠음.


이 동네에서는 맥주 관련되서 여러 법이 제정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맥주를 4월부터 9월까지 양조를 금지시키는 조항이었음.


왜냐? 이 쯤에 맥주를 만들면 맥주가 맛탱이가 갔거든.


오늘날에는 발효 온도 컨트롤이 안되는 고온에서는 잡균들과 야생 효모가 번식해서 맥주를 조진다는걸 알지만


옛날 사람들은 그냥 여름이 맥주에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금지시켜버림.


ㄹㅇ 천재.




그렇다보니 맥주를 좀 더 오랫동안 보관하는 법이 개발되었고


타지역의 비슷한 의도를 가진 맥주들(영국의 IPA, 벨기에의 세종 등)이 홉이나 도수로 이를 견뎌냈던 것에 비해


이 지역의 맥주들은 지하 창고에 그냥 쳐박아두는 식으로 여름을 나게 됨.


이렇다보니 효모는 점점 더 저온에 잘 견디게 되었고(선택적 압력이라는건데 쉽게 풀자면 포켓몬 교배시켜서 원하는 능력치 뽑는거랑 비슷함)


이 와중에 저기 남미 쪽에서 자생하던 효모가 우연히 선원들에 의해 유럽에 소개되었고(유해조수들 우연히 유입되듯)


이 효모가 에일 효모랑 야스해서 라거 효모가 탄생하게 됨.




근데 그렇다고 당연히 오늘날 라거랑 비슷한 점은 별로 없었고


'저온에서 발효/숙성시킨다' 정도의 특징만 지니고 있었음.


그러니까 방금 위에서 이 글에서 말하는 라거는 '황금빛에 투명하고 깔끔한 맛을 지닌 라거 효모로 발효된 맥주' 이지만


이런 라거가 존재하기 전에 라거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게 아니고


'그냥 저온 발효숙성하던 맥주' 의 의미를 지닌 상태로 존재하고 있었다는거임.


그리고 애초에 과거에는 맥주를 오늘날처럼 막 스타일 나눠서 분류하지 않았기에

(보통 어느 지역 특산 맥주 정도로만 불렀음)


너무 복잡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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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라거의 등장


그러면 라거의 등장은 어떻게 이루어진걸까?


보통 진화라는게 천천히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라거는 정말 우연히 툭! 튀어나왔다라고 밖에 설명이 안됨.



주갤/크맥갤 공인 갓-맥주 중 하나인 우르켈이 그 주인공인데,


우르켈이 만들어진 도시 플젠(Plzen)에서 맥주를 만들다가 영 잘 안되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혁신을 꾀하기로 어느날 결정.


그래서 바이에른 지역의 Josef Groll 씨를 헤드브루어로 초청한다.


뭐 일단 불러서 가봤는데 플젠 지역의 물이 존나 좋은거임.


거기에다가 주변에서 존나 좋은 보리도 나고 홉도 나는거임.


그래서 본인 고향에서 가져온 라거 효모에 체코의 보리와 홉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의 체신-기술이었던 '인법 맥아밝게굽기' 까지 도입해서


존나 밝은 황금빛의 맥주를 만들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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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통 필스너의 탄생을 얘기할 떄 플젠 지역의 물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데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으면 요 차트를 참고하면 좋다. (아래에서 두 번쨰)


각각이 뭔지가 그리 알 필요는 없는데 일단 높을수록 미네랄 수치가 많은거임.


수치가 10 / 3 / 3 / 4 / 4 / 3 으로 거의 걍 증류수 수준의 미네랄 함량임.


그러니까 타지역 양조사들은 맨날 쓰다버린 이면지 같은거에다가 그림 그려왔는데


플젠 물은 개씹S급 캔버스 같았다는거지.





여튼 이렇게 탄생한 필스너(=플젠+er = 플젠의 맥주)는 전 유럽을 강타하기 시작하는데


당연히 바이에른 지역의 양조사들은 '맥주가 밝은 색이라니,,,, 에잉,,, 쯧,,,' 하며 '흑맥주 애호가 클럽' 같은걸 만들기도 했는데


늘어나는 필스너의 인기를 이기지 못하고 금새 해체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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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진짜 라거의 등장


하지만 이렇게 라거가 만들어졌음에도 오늘날 기준으로 이 맥주들을 '진짜 라거'라고 부르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얘내들도 결국 라거 효모가 섞여있는 효모 덩어리로 발효를 했고


여기에는 에일 효모나 야생 효모 박테리아 등이 잔뜩 섞여있었기 때문임.


사실 이 때 효모는 그냥 맥주 재료 중 하나였지 발효를 담당하는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안했음.


정확히는 효모를 넣어야지 맥주가 술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안에 뭐가 있고 어떤게 섞여있고 이런건 모르고


발효는 그냥 자연스레 일어나는 행위라고 생각되었던 거임.





여기서 등장하는게 바로 우유로 유명한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


대학장의 삶을 이어가던 파스퇴르한테 어느날 한 양조사가 와서는


'시발 맥주 만들 때 마다 뭐는 셔지고 뭐는 안셔지고 가챠돌리는거 같은데 이거 왜 그런거임??'  하고 묻는거임.


그래서 파스퇴르는 연구를 하다가 효모가 발효를 담당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맥주가 셔지는 것은 박테리아들에 의해 오염되어서라는 것도 알아냄.





그리고 이런 연구 논문을 보게 된 덴마크의 과학자 에밀 얀센. 


얘는 당시 칼스버그 양조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과학자였는데


칼스버그 역시 맨날 맥주 맛이 가는게 빡쳐서 세계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한 상태였음.


여튼 이걸 보곤 본인들이 만드는 맥주의 효모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게 사실은 효모 하나가 아니고 수많은 효모와 박테리아 등이 섞여있었다는 것을 발견해냄.


그리고 이어서 여러 실험을 통해 이 중에 제일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내는 순수한 효모만을 분리해낸다.


이 효모는 칼스버그 양조장의 이름을 따 Saccharomyces carlsbergensis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훗날 파스퇴르가 제일 처음 분리해낸 효모인 Saccharomyces pastorianus와 같은 종이라는 것이 밝혀져 통합되버리고 맘.





여튼 칼스버그는 이렇게 세꼐 최초로 '순수한 효모만으로' 라거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되고


여기서 다른 효모에 효모도 뿌리고 다른 양조장들도 순수한 효모로 양조를 하며


오늘날 우리가 라거 맥주라고 부르는 정의에 부합하게 됨.






6.이후 라거의 변화


이후 라거는 미국으로 넘어가는데


미국에서 라거 맥주가 초대박이 나면서 여러 대기업들이 생기게 됨.


그런데 그 당시 미국에서는 맥주를 전부 수입 재료로 만들고 있어서 돈이 너무 들었고


이를 절감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가 지역에서 나는 보리를 쓰기로 함.


근데 미국에서 자라던 보리는 유럽산 보리보다 양조에 부적합했는데


(아주 쉽게 풀자면) 맛이 너무 센거임.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맥주 맛을 맹맹하게 해주는 옥수수/쌀을 섞어보니


유럽산 맥주랑 비슷한 맥주가 만들어진거임.


그래서 미국산 라거는 옥수수를 쓰게 되었는데, 이 당시만 해도 맥주 맛이 필스너랑 비슷했음.




다만 이후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맥주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욱 더 순한 맛, 부드러운 맛으로 마케팅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오늘날 같은 초-맹맹 라거들이 탄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호불호를 줄이기 위해 강한 맛들이 더욱 더 약해지고


이런 기조가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넘어오면서


전세계적으로 대기업 라가 맥주들은 맹맹한 물같은 맥주가 되어버림.





그런데 대기업 라거라고 또 꼭 무조건 맹맹했던건 아닌게


아는 오비 관계자분께 들어보니 2000년대 초반에는 카스 IBU가 20을 넘었다고 함.


당시 하우스 맥주 붐이 불면서, 독일 맥주랑 비슷하게 맛을 맞췄다는 거임.


그런데 이후 2010년대에 들고 사람들이 더욱 부드럽고 약한 맛을 다시 선호하게 되면서


현재는 10 전후나 그 이후로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성이 대기업 맥주인거니


누구를 탓하기보다도 우리를 탓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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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런 느낌.


편하게 설명하기 위해 각색한 부분 존재.


여튼 개인적으로 알아가면서 놀랐던건 우르켈의 등장이 1820년대로 생각보다 라거의 등장이 굉장히 늦었다는 점.


그리고 디테일한 역사 속에서 계속 언급되는 씹근본 브루어리들이 몇 있는데(슈파텐이라던가)


아~~ 독일마렵다~~ 생각만 듦.


라가 땡기네 ㄹㅇ



크래프트맥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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