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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감독 사퇴에 대한 단상.

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24-05-27 13:00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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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호 전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필자는 먼저 야구팬들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도대체 "리빌딩"은 무엇이며, "리빌딩"은 언제 끝나는 것인가?

 

 야구팬들에게는 유령처럼 이름은 있으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단어가 하나 있다. "리빌딩"은 매 시즌 하위권 팀들이 외치지만 "리빌딩"의 실체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공식적으로 "리빌딩"을 천명하는 구단이나 시즌은 셀 수 없이 많으니 굳이 예를 들지는 않겠다. 하지만 "리빌딩"이 끝났다는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왜냐면 "리빌딩"은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년간 야구를 보면서 속칭 왕조를 세운 팀들을 봐왔다. 오래전 호랑이가 천지를 호령했고, 유니콘의 뿔이 환하게 빛나던 시기가 있었으며, 용이 승천하던 시기가 있었고, 사자의 포효가 온 세상에 들리던 시절이 있었으며, 곰이 KBO를 찢어버리던 시기가 있었다. 왕조를 세우기 전, 이 팀들은 리빌딩을 천명하지 않았고, 그 후로도 리빌딩을 공식적으로 논하거나 그 후 팀 성적이 괜찮다고 리빌딩이 끝났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왜냐면 리빌딩은 이기는 팀이 계속해서 이기면서 각 포지션에서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거니까. 억지로 유망한 선수를 특정 포지션에서 밀어주는 게 리빌딩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하나 물어보자. 한화식 리빌딩은 도대체 실체가 무엇인가? 야구팬들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스포츠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신인선수의 장점을 과대해석 하거나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매번 경험치만 먹이면 선수가 알아서 클 것이라는 어떻게 보면 게임에서 통용될 법한 운용법을 실제 야구팀에게 강요하고, 바라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한화팬들은, 아니 한화팬뿐만 아니고 대다수의 스포츠 팬이라면, 좋은 유망주를 데려와서 잘 키운 다음에 각 포지션에서 동시에 터트리면 그게 리빌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틀렸다.

 

 두산과 LG는 다년간 우타 빅뱃에 목마른 팀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트레이드를 했고, 수많은 제2의 김동주를 드래프트에서 뽑아왔다. 그래서 뽑아 온 선수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활약했다는 건가? 기아도 2000년대 중반부터 좌완투수에 대한 갈증이 심해서 드래프트 때마다 좌완 투수를 수 없이 뽑아 왔다. 진해수, 문현정, 양현종 등등 왼손으로 공을 던진다고 하면 이 악물고 뽑아오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뽑아 온 선수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활약했다는 건가? 실제 야구에서는 게임과 다르게 선수를 뽑아서 시간이 지난다고 알아서 능력치가 오르는 게 아니다. 좋은 유망주가 터지려면, 좋은 팀 상황이 먼저다. 그래야 선배들의 그늘에서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자랄 것 아닌가. 

 

 게임에서는 능력치를 보면서 특정 포지션에 특정 선수를 강제로 밀어 넣어서 레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게임과 다르게 선수의 스텝업에는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가령 이기는 경험이 필요할 거고, 가끔은 후배들이 선배들의 그림자 안에서 쉬어가는 경우도 필요할 거다. 후배가 실수를 하더라도 선배가 경기를 이겨준다는 믿음이 있어서 후배들이 편한 마음으로 야구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선배, 그리고 그 선배가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면 그것이야 말로 살아있는 교보재로써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강팀은 숨 쉬듯이 리빌딩이 진행되고, 종료된다. 그래서 강팀, 혹은 왕조들은 리빌딩을 천명하거나, 리빌딩이 끝났다고 이제 세상을 호령할 차례라고 큰소리를 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도대체 한화식 리빌딩은 실체가 무엇인가? 김민재, 이용규, 정근우, 권혁, 송은범, 정우람, 심수창, 채은성 등을 사 오는 게 리빌딩의 실체인가, 아니면 수많은 1차 지명 선수들을 길러내는 게 리빌딩의 실체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수많은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단 뎁스 강화인가? 답은 없다. 왜냐면 세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팀의 성적이 올라가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리빌딩이 진행되고 완료되는 것이니까.

 

 최원호는 틀렸다. 하지만 전적으로 최원호만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면 김인식, 한대화, 김응룡, 김성근, 한용덕, 수베로와 마찬가지로 최원호 또한 틀렸기 때문이다. 최원호만 틀리려면 최원호의 전임자들은 무언가 성과가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최원호의 앞에 수많은 감독들이 틀렸다면, 상식적으로 최원호만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한화식 리빌딩의 가장 큰 문제는 팀과 팬들이 자기 팀 선수에 대한 과한 기대와 희망회로를 돌리는 게 문제가 아닐까? 정은원과 강재민, 노시환은 엄청나게 많은 검증이 필요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이미 팀내에서, 팬들이, 자칭 전문가들이 이미 이 선수들은 터진 선수들이라고 전력평가에서 상수로 넣고 계산을 했다. 필자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기술의 완성도와 별개로 야구선수는 2~3년 동안 활약을 보고 이야기해야지 한해 잘했다고 다음 시즌에는 최소한 그만큼 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사실 기아팬들 또한 22 황대인을 보고도 드디어 황대인이 터졌다고 이야기하던 사람이 많았으니 비단 이것은 한화팬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할 것이다. 그 자리에 채은성을 사 왔으면 최소한 3-4-4, 어쩌면 3-4-5의 슬래시라인에 130타점은 먹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도대체 한화의 리빌딩은 언제 끝나는 건지. 아니, 리빌딩이 시작은 된건지. 아니면 이 길고 긴 리빌딩의 끝이 존재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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